'미스터 세탁기'의 퇴장, LG 구광모式 세대교체 가속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1.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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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6명 부회장단 가운데 3명 퇴진, 2명 보직교체…'임원 승진 165명' 경영여건 고려 지난해보다 줄여

'미스터 세탁기'의 퇴장, LG 구광모式 세대교체 가속


LG그룹이 28일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했다. 지난해 말 LG화학 (373,000원 ▼8,500 -2.23%)을 시작으로 1년새 LG디스플레이 (10,280원 ▲40 +0.39%)LG전자 (90,600원 ▼1,600 -1.74%)까지 주요 3개 계열사의 CEO(최고경영자)를 모두 바꾼 셈이다. 41세 젊은 총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세대교체와 인적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LG그룹은 이날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 발표했다. LG전자 CEO로 2016년 말부터 '가전 신화'를 이끌어온 조성진 부회장(63)의 퇴진이 가장 눈에 띈다. 후임은 권봉석 LG전자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 겸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스)사업본부 사장(56)이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LG 특유의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해 '4세 경영'의 기초를 닦았다면 취임 2년차인 올해는 50대 젊은 CEO를 내세워 세대교체를 통한 경영쇄신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6월 말 취임 직후 선친인 고 구본무 회장 시절 그룹 인사팀장(2008~2015년)이었던 이명관 부사장을 지주사인 ㈜LG 인사팀장으로 불러들여 1년 5개월 동안 조기 안착 기반을 다진 뒤 이번 인사에서 김흥식 LG CNS 최고인사책임자(CHO)를 신임 인사팀장으로 선임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구 회장 취임 당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였던 부회장단 6명 가운데 조 부회장까지 3명이 자리를 내려놨다. 박진수 전 LG화학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물러나면서 3M 수석부회장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62)이 외부영입돼 자리를 채웠고 올 9월에는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부회장(64)도 사임, 정호영 사장(58)에게 자리를 내줬다.

나머지 부회장단도 차석용 LG생활건강 (375,500원 ▼15,000 -3.84%) 부회장(66)을 제외하면 자리가 바뀌었다. 지난해 인사에서 권영수 부회장이 ㈜LG (77,900원 ▼1,200 -1.52%)로, 하현회 부회장이 LG유플러스 (9,750원 ▼30 -0.31%) 대표이사로 명함을 맞바꿨다.

부회장단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대신 1년여 동안 차례로 변화를 꾀하면서 결과적으로 세대교체와 외부수혈에 따른 인적쇄신의 그림을 드러낸 셈이다.
28일 단행된 LG전자 임원인사에서 물러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사진제공=LG전자<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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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단행된 LG전자 임원인사에서 물러난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왼쪽)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집무실에서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권봉석 사장을 만나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이 회사를 잘 이끌 수 있도록 기도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사진제공=LG전자

LG전자에서는 조 부회장과 함께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사장·63)과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사장·62)도 동반 퇴진해 세대교체 폭이 넓다. 43년 2개월만에 LG맨 타이틀을 내려놓은 조 부회장은 1976년 LG전자에 입사, 'LG전자=세탁기'의 공식을 만든 살아있는 고졸 신화다. 새 사령탑을 맡은 권봉석 사장은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 현장감각을 갖춘 전략가로 통한다.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확장, 스마트폰 위기극복 등 중요 시기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를 입증했다.


계열사별로 신규임원(상무)은 106명이 발탁됐다. 2004년 GS와 LS그룹을 떼어낸 뒤 가장 많았던 지난해 134명에 이어 올해도 100명을 넘었다. 전체 임원 승진자는 165명으로 지난해(185명)보다 줄었다.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과 불투명한 경영여건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주요 계열사에서 황현식 LG유플러스 부사장(57)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여성 임원으로는 전무 승진자 3명, 상무 승진자 8명이 나오면서 그룹 내 여성임원이 37명으로 늘었다. 최연희 LG생활건강 퍼스널케어사업부장과 박애리 지투알 어카운트서비스1사업부문장, 김이경 ㈜LG 인재육성담당 등 3명이 전무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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