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너흰 플렉스? 우리는 판다… 中 '운동화 재테크'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1.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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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플렉스'의 완성, 운동화]
한정판 제품, 최대 6600% 수익률도
"절반 이상은 거래 이후 가치 하락"

편집자주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 아니라 운동화다. 미국 힙합문화에서 유래한 '플렉스'(부나 귀중품을 과시한다는 뜻)를 중시하는 90년대생에겐 말이다. '최애템' 신발 하나만 신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부심'을 느끼는 그들의 이유있는 운동화 사랑을 짚어본다.

중국 운동화 거래 플랫폼 '포이즌(poizon)'./사진=포이즌 홈페이지중국 운동화 거래 플랫폼 '포이즌(poizon)'./사진=포이즌 홈페이지


국내 20~30대 청년층 사이에서 명품 운동화의 인기가 급부상하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운동화 재테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은 나이키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솔플라이x에어조든 1'이 미국 소매 출고가(160달러·19만원)의 66배가 넘는 7만5999위안(약 1275만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레트로 스타일의 해당 제품은 223켤레만 생산된 제품이다.

블룸버그는 20살 대학생 레이 샤오밍의 사례를 소개했다. 황스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레이는 한정판 운동화를 수년 동안 모아왔다. 그러나 투자에 나선 것은 올해 4월이 처음이다. 이때부터 그는 200켤레가 넘는 운동화를 20만위안(약 3360만원)을 들여 사들인 뒤 재판매를 통해 10만위안(1678만원)을 벌었다.



레이는 "가격이 급격히 올라서 신발을 신는 것보다 파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겠다 싶었다"며 "주식 거래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하다"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가 사들인 제품 종류는 주로 에어 조던이나 아디다스 AG의 이지(Yeezy) 라인이다.

통신은 중국 데이터마이닝업체 퀘스트모바일(QuestMobile) 자료를 인용해 포이즌(Poizon), 나이스, 두뉴(DoNew) 등 중국 온라인 재판매 애플리케이션 이용자가 매월 1000만명 이상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많은 제품이 무역전쟁 여파로 고전하는 가운데, 한정판 운동화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이는 미국 운동화거래소인 스톡엑스(StockX)나 고트(GOAT)뿐만 아니라 중국 중앙은행과 관영 언론의 관심까지 끌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출시가(160달러)보다 66배 이상 오른 가격인 7만5999위안(약 1275만원)에 팔린 '솔플라이x에어 조든 1'. /사진=스톡엑스(StockX)중국에서 출시가(160달러)보다 66배 이상 오른 가격인 7만5999위안(약 1275만원)에 팔린 '솔플라이x에어 조든 1'. /사진=스톡엑스(StockX)
운동화 열풍이 큰 호응을 얻은 데는 수년 동안 우상화돼온 마이클 조던 등 미국프로농구(NBA) 스타들의 영향이 크다. 농구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스포츠웨어 시장이 매우 큰 데다가 꾸준히 성장세에 있다.

가격 변동에 10% 상·하한선이 있는 중국 주식과 달리, 운동화 거래에는 한계가 없는 점 역시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 선전첸하이유나이티드자산운용의 유 잉보 투자기획가는 "다른 거품 낀 자산과 마찬가지로, (운동화 거래도) 고점이 어딘지 알 수 없다"며 "수익률이 높다면 투자금이 따라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명품 고량주 구이저우마오타이 등 각종 대체 자산에 투기해오던 중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제 운동화에 쏠린 것이다.

일부 운동화 거래업체는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 유치까지 나섰다. 상하이 IT업체가 개발한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포이즌'은 지난 4월 러시아 기업 DST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10억달러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미국 디트로이트 소재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인 스톡엑스는 중국 스니커즈 재판매 시장 가치가 10억달러를 넘어섰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지나친 투자 열기에 중국 당국은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인민은행 상하이지점은 운동화 투기로 인한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고, 관영 언론도 이상 열기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일확천금의 기대만큼 높은 위험도 뒤따른다. 운동화 거래플랫폼 나이스 자료에 따르면 2600여 개 이상 운동화 모델 중 56%는 거래 이후 가치가 떨어졌다. 전체 거래에서 수익률 1000% 이상의 대박 확률은 0.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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