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와라" 아세안에 방어선 쌓은 일본차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9.11.28 16:15
글자크기

인도네시아, 일본보다 높은 일본차 점유율 높아...각종 규제와 혜택 일본차에 유리한 상황

"현대차 와라" 아세안에 방어선 쌓은 일본차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일본차의 방어가 만만치 않다. 생산 설비는 이미 다 갖췄고, 아세안 지역 모빌리티 사업과 친환경차 시장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토요타는 태국 방콕의 ‘라마(Rama) 4’ 도로 교통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까지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방콕에서 가장 혼잡한 도로인 라마4의 교통난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다.



토요타의 모빌리티 파운데이션이 5000만바트(약 20억원)를 지원하는 형태로 태국 교통부, 그랩 택시, 출라롱콘 대학 등이 참여한다. 모빌리티 파운데이션은 모빌리티 중심의 CSV(공유가치창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4년에 설립됐고, 태국과 베트남 등이 이미 투자했다.

태국 등 아세안 지역을 이미 장악한 토요타지만 CSV 사업을 앞세워 현지에서 우호적인 여론 조성과 함께 신사업 기회 확보를 꾸준히 엿보고 있다. 태국 정부는 이번 ‘라마4 프로젝트’를 방콕 전체 교통 관리 시스템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일본보다 높은 일본차 점유율...연 200만대 일본차 생산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하며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차의 수성이 공고하다. 1960년대부터 50년 이상 시장 지배자로서 쌓아온 경험이 만만치 않다.

아세안에 일본차의 점유율은 80%에 육박하며 그중 토요타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혼다가 15%이고 나머지를 미쓰비시, 다이하츠, 스즈끼, 닛산, 마쓰다 등이 차지하고 있다.

다이하츠와 말레이시아 정부의 합작기업인 ‘페로두아’까지 포함하면 일본차의 아세안 점유율은 80%를 훌쩍 넘는다. 다이하츠는 토요타 산하의 그룹이다.


아세안 국가 중 말레이시아가 일본차의 점유율이 40%가량으로 낮지만 페로두아를 포함하면 80%에 육박한다. 그나마 베트남이 현대차의 선전으로 아세안 국가 중 일본차의 지배력이 낮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이 97.5%로 일본 자국(약 94%)보다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이 높은 곳이다. 인도네시아의 연간 자동차 생산능력은 220만대로 아세안 국가 중 1위인데, 이중 200만대가 일본 제조사의 공장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면 인도네시아 국민은 일본차 중심에서 현대차까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며 "현대차의 투자가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한 배경에는 강력한 일본차 점유율이 있다.

일본차, 이미 아세안 친환경차 시장 눈독...현대차, 불리한 각종 제도 뚤어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 전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 투자협약식 전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코나 일렉트릭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최근 일본차는 친환경차로 아세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마쓰다는 2023년까지 하이브리드, 전기차 용 배터리, 모터 등을 현지화하고 전동차(연 27만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토요타, 혼다 등도 내년부터 태국에서 친환경차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일본차는 강점을 갖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워 아세안의 초기 친환경차 시장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일본차는 부품 현지화와 소비세 감면 등의 혜택을 업고 값싼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놓고 있다. 태국에서 토요타의 C-HR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격은 약 107만바트(약 4200만원)로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가격차가 3% 밖에 나지 않는다.

현대차는 아세안에서 일본차 중심으로 짜인 각종 혜택과 규제를 이겨내야 한다. 아세안 국가는 각자 친환경차 혜택이 있는데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차량이 현재 연비에 강점이 있는 일본차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LCGC(저비용친환경차)에게 사치세(10%)를 면제해준다. LCGC의 기준은 배기량 1.2리터(가솔린) 이하, 연비 1리터당 20km 이상이다. LCGC는 인도네시아 소비의 약 25%를 차지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일본차가 높은 시장 점유을 바탕으로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높은 차량을 내놓고 있다"며 "일본차 자체가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특성에 맞게 가격과 품질, A/S 시스템을 갖고 있어 영역 넓히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