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바닥론' 흘러나오자 경제심리가 좋아졌다, 왜?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2019.12.0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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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랜딩]경제위기론 약화되고 경기바닥론 부상

편집자주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경제바닥론' 흘러나오자 경제심리가 좋아졌다, 왜?


경제심리가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경제심리지수(ESI)가 전월대비 0.9p 상승한 91.5를 기록해 지난 6월 92.4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였다. ESI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포함한 민간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목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소비자심리지수(CSI)를 합성한 지수이다.

비록 11월 ESI가 기준치인 100을 여전히 하회하고는 있지만 지난 몇 개월 간 꾸준히 상승했다는 것은 곧 기업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추이를 보더라도 먼저 제조업 업황 BSI는 지난 8월 68을 기록한 이후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11월 74를 기록했다. 비제조업 업황 BSI도 지난 8월 70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11월에 75를 기록했다. 즉 제조업과 비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모두 지난 8월 이후 조금씩 나아졌음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것은 대기업의 경우 제조업 BSI는 전월의 80에서 11월 78로 하락한 반면 중소기업의 제조업 BSI는 전월의 64에서 11월에 69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또한 수출기업의 제조업 BSI는 같은 기간 80에서 78로 하락했한 반면 내수기업의 제조업 BSI는 68에서 71로 상승했다. 이렇게 보면 지난 8월 이후 기업 경기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을 중심으로 개선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8월 이후 수출증가율은 두자릿수 마이너스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으며 가장 최근인 10월 수출증가율은 –14.8%로 2016년 1월 –19.6%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물론 수출증가율이 최근 1년 가까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이유는 2017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초호황과 지난해 역대 최고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이후 반도체 단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반도체 뿐만 아니라 올해 10대 수출품목 중 선박과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품목의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세계 교역의 전반적인 침체에 따른 영향이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한국의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대외 교역환경 악화로 인한 충격이 지속되면서 수출증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그로 인해 대기업의 체감경기는 좀처럼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나마 내수 및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수출 대기업들과 동반 하락하지 않고 지난 3개월 동안 소폭이나마 꾸준히 개선되었다는 사실은 다행스런 일이다.


한은에서 발표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추세적으로 개선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101.6까지 상승했던 CSI는 8월 92.5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11월에 100.9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상승한 것도 의미가 있지만 장기평균치인 100을 6개월 만에 다시 상회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심리는 확실히 개선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소매판매지수 동향을 보더라도 이러한 흐름은 잘 나타난다. 최근 10월 소매판매지수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2.1%를 기록했으며, 8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분기별 기준으로 보더라도 1분기 1.7%, 2분기 2.0%, 3분기엔 2.3%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소매판매 증가율은 점차 상승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승용차나 가구, 가전제품 등 내구재 관련 소비증가율은 지난 9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0.0%나 증가했으며, 최근 10월에도 4.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분기별로도 지난 1분기 -1.2%, 2분기 -0.7%로 부진했던 내구재 소비는 3분기 들어서 1.9%로 플러스로 전환됐다. 비내구재 소비 역시 1분기 2.2%, 2분기 2.8%에서 3분기엔 3.5%로 증가율이 상승했다.

최근 쇼핑의 대세가 된 온라인쇼핑과 관련한 통계를 보면 더욱 확연하다. 지난 9월 온라인쇼핑액은 11조189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2.3%나 증가했는데 지난 9월에도 이미 12.1%나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온라인쇼핑 관련 경기는 초호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렇다면 내수 중소기업의 체감경기와 소비자들의 심리지수가 개선된 이유는 뭘까?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나 최근의 고용 호조세 그리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소득 증가가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볼 수있다.

한편으로 흔히 '경제가 심리다'라는 말을 고려하면 그동안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흘러나왔던 이른바 ‘경기바닥론’도 이러한 심리지수의 개선에 한 몫을 했다고 볼 수있다. 지난해부터 연일 제기됐던 경제위기론이 점차 언론 매체에서 사라지고, 반대로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특히 하반기에 증권가로부터 형성돼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코스피지수는 올해 4월 이후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8월 초 1909포인트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바닥을 찍고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11월 중순 2160대까지 올랐다. 코스피의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 상반기에 평균 4만원대 초반에서 맴돌던 주가가 11월 들어 5만3000원대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IMF 등 글로벌 경제기관에서 발표되는 다수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한국 경제가 올해 바닥을 치고 내년엔 최소한 올해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기바닥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지표상으로도 대부분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플러스 증가율로 전환되면서 지표상으론 수치가 개선될 가능성도 높다.(☞기사 참고 : “2020년 반등 vs 하락 경제지표…'기저효과' 탓)

경제지표가 좋아져서 심리가 개선된 것인지, 심리가 개선돼서 경제지표가 좋아지는 것인지 정확한 인과관계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확실히 둘 사이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이고, 그런 점에서 최근 국내 기업이나 소비자의 경제심리가 개선된다는 것은 어쨌든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많아질수록 경제는 더 좋아진다. 결국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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