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조용병, 외부변수 극복하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19.11.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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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금융권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즌을 맞았다.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의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비롯해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모든 업권에서 지키려는 이와 도전하는 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당사자나 임직원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까지 인선과정을 주시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 사진제공=신한금융그룹


신한금융이 지난 15일 첫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했다. 최근엔 롱리스트(후보군)도 만들었다. 일단 조 회장 연임이 유력하지만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자리를 이어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조용병 사상 최대 실적에도 법률리스크 부담
[MT리포트]조용병, 외부변수 극복하나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이후 신한금융을 ‘리딩뱅크’로 올려놨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인 3조1567억원을 거뒀다. 올 들어서도 3분기까지 2조896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순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건 기정사실처럼 보인다.



지난 3월말 연결총자산 513조원으로 금융그룹 최초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을 인수한 결과다.

시가총액은 21조원을 넘겨 19조원대에 머물고 있는 KB금융을 앞섰다. 조 회장이 강조한 ‘은행-비은행, 이자-비이자, 국내-글로벌의 조화로운 성과’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런 실적을 보면 조 회장의 연임은 당연해 보인다. 결정적인 변수는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이다. 조 회장측은 재판 결과를 자신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예단하기 어렵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잃는다. 1심 판결이라도 부담이 되는 이유다. 정황상 금융당국이 신한금융 이사회에 CEO 선임 때 법률 리스크를 고려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할 수 밖에 없다.

'플랜B' 진옥동 신한은행장 부각
$회추위로선 ‘플랜B’를 염두에 안 둘 수 없다. 신한금융은 조 회장 외에도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를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관리해 왔다. 전직 중에서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이들은 모두 롱리스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진 행장은 행장 경험이 짧다는 게 단점이나 SBJ은행장까지 합치면 행장 경험이 풍부하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신임도 두텁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을 설립한 고 이희건 전 신한은행 명예회장이 가장 아끼는 후배 중 하나였다.


신한금융 내부에서 따르는 이들도 많다. 신한금융이 추구하는 가치와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조 회장도 신임하고 있다. 경영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플랜B’ 리스트의 가장 앞자리에 위치하는 까닭이다.

신한금융은 사례가 없을 뿐 그룹 회장과 은행장 겸직이 막는 규정도 없다. 신한금융지주내에서 조 회장을 빼면 유일한 사내이사다. 회추위가 '플랜B'로 진 행장을 택할 수 있다는 일각의 시각도 여기에 근거한다.

위 전 행장은 은행장 경험 등에서 다른 후보군을 앞선다. 다만 전직이라는 게 단점이다. 그는 올해 초 은행장직을 떠나면서 “앞으로 기회가 자연히 올 것”이라고 말해 권토중래를 시사했다.

물론 회추위로선 위 전 행장이 이른바 ‘신한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신한사태란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이다.

위 전 행장이 “(신한사태를 거치며) 회장 후보군 중 5명 중 4명이 퇴출됐다”고 말한 적이 있어 만약 회장이 되면 인사 등 여러 측면에서 그룹 조직 전반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임 사장은 재일교포 주주들과 관계가 좋고 고 서진원 전 신한은행장이 와병으로 자리를 비울 때 임시로 행장 역할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동우 전 회장이 신한카드 사장으로 임명한 인물이라 ‘세대교체’라는 신한 내부의 트렌드와 어긋나는 게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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