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ne]공기 깨끗한 스위스도 대기오염 규제 나선 이유

뉴스1 제공 2019.11.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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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칸톤, 내년부터 공해차량 등급 표시제 실시
시민들 "규제 찬성하지만 하루이틀 막는다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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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 AFP=뉴스1<자료사진> © AFP=뉴스1


(제네바=뉴스1) 김지아 통신원 = 스위스에서 최초로 제네바 칸톤(州)이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공해차량 운행 제한을 실시하기로 했다. 공해 배출량이 많은 차량이 도시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것을 통제하려는 목적이다.



오는 2020년 1월부터 제네바 칸톤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표시 제도를 도입한다. 앞으로 제네바 시내를 통과하는 모든 차량은 국적을 불문하고 스틱에어(Stick'Air)라는 배출가스 등급 스티커를 5스위스프랑(약 6000원)에 구입해 차량에 부착해야 한다.

현재 유럽 각국에서 공해 차량 운행 제한 제도가 운영 중인데, 그 중에서도 배출가스 등급표시 제도는 이미 프랑스와 독일에서 시행 중이다.



숫자와 색상으로 식별이 가능하도록 만든 이 스티커는 2016년부터 프랑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크릿에어(Crit'Air)를 모델로 해 차량의 연식, 유종, 오염물질 배출 정도에 따라 대기오염 유발 등급을 6개로 구분한다. 이 등급은 친환경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에 가장 유리하고 연식이 오래된 차량이나 경유 차량에는 불리하다.

제네바 칸톤은 스모그 레벨이 높아질 경우 방송과 경고 표지판으로 경보를 알리고, 오전 6시부터 저녁 10시까지 공해 배출량이 가장 높은 5등급의 회색 스티커 부착 차량부터 제네바 시내 진입을 금지한다. 만약 스모그 지수가 계속 높을 경우 경보는 해제되지 않고 스티커로 구분된 공해 등급에 따라 순차적으로 차량 운행을 더 제한할 예정이다.

스티커 부착 위반시 벌금 500스위스프랑(약 60만원)이 부과되지만 소방차와 경찰차를 비롯한 응급차량, 장애인차량, 외교차량, 택시 등은 예외다. 제네바 칸톤은 이에 더해 고속도로 저속 운전 및 대중교통 무료 운행도 동시에 실시할 예정이다.


스틱에어 스티커 <제네바 칸톤 정부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김지아 통신원스틱에어 스티커 <제네바 칸톤 정부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김지아 통신원
제네바는 스위스에서 취리히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외곽 지역과 국경이 인접한 프랑스에서 제네바 시내로 출퇴근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통행량도 많은 편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제공하는 전 세계 대기 오염 지도에 따르면 스위스 전체는 기본적으로 전세계에서 공기가 깨끗한 편에 속한다. 제네바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지난 일기예보 기록을 분석한 결과, 스모그 경보가 발효되어 차량 통행이 제한될 기간은 일년에 고작 이틀에서 열흘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바 칸톤(州) 정부는 대기 오염으로 인해 스위스의 사망자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한 유럽 환경단체 집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대기 오염 물질인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오존으로 인해 2016년 스위스에만 3700명, 유럽 전체에서 41만2000명이 사망했다.

제네바 시민들은 이 조치를 어떻게 생각할까? 40대 여성인 올리비아는 "이번 배출가스 등급을 시작으로 제네바 시내로 들어오는 공해유발 차량을 규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적극 찬성했다.

마침 퇴근시간이라 한꺼번에 제네바 시내를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정체된 도로에서 매연을 잔뜩 내뿜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이 매연을 결국 제네바 시내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다 마시게 된다. 이는 우리가 맑은 공기를 마실 권리를 빼앗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0대 초반 남성인 알렉산더는 "이번 배출가스 등급 표시 제도에 찬성은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하루 이틀 운행을 막는다고 공해유발 원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는 평소에 환경을 생각해 대중교통만을 이용한다. 최근에야 부모님이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 둘째 아이가 태어나자 불가피하게 자가용을 구입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새차 대신 중고차를 구입했고, 전기차를 구입하려다 차선책으로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다.

알렉산더는 자신을 비롯해 "친환경 자동차를 살 수 없는 계층이 많은 만큼, 이들을 위한 지원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순히 보조금 등으로 친환경 차량 구입을 장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대중교통 수단을 확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레만 익스프레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레만 익스프레스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제네바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 등급 표시제 시행에 앞서 올 12월 레만 익스프레스라는 기차 노선이 새로 개통될 예정이다. 이 기차는 앞으로 더욱 쉽고 빠르게 제네바 도심과 외곽지역을 연결하여 제네바 시내의 차량 통행량을 줄이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2018년 7월1일부터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을 지정해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대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7년 1만700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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