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돌아온 이영애의 얼굴

김리은, 김현수, 임현경 ize 기자 2019.11.28 07:12
글자크기
‘나를 찾아줘’, 돌아온 이영애의 얼굴


‘결혼 이야기’ 보세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김리은
: 전도유망했던 배우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명성있는 연극 연출가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고 그의 극단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극단과 아이에 대한 사랑도 삶을 결혼에 빼앗겼다는 니콜의 상실감을 지우지 못하고, 결국 찰리와 니콜은 이혼을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간다. 영화는 공동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동반자의 약점을 샅샅이 들추는 이혼의 지난한 과정, 그러나 이별 앞에서도 서로를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결혼의 미묘함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양육권을 두고 첨예하게 서로를 물어뜯다가도 아이 앞에서는 하나가 되고, 결혼으로 묶이지 않았을 때에야 비로소 진심으로 연대하는 부부의 아이러니는 개인의 진실한 사랑이 결혼 안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법정물, 로맨틱 코미디, 스크루볼, 뮤지컬 등의 다양한 장르 요소가 줄거리 안에 균형감 있게 배치되어 결혼이라는 기시적인 소재와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다. 특히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의 열연은 사랑과 연대, 질투와 갈등이 배합된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오롯이 설득하는 원동력이다.

‘나를 찾아줘’ 보세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김현수
: 배우 이영애의 14년 만의 복귀작인 ‘나를 찾아줘’는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가 모든 걸 걸고 아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릴러 영화다. 간호사로 일하며 아이를 찾기 위해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 정연을 연기하는 이영애의 대척점에 비리 경찰 홍경장을 연기하는 배우 유재명이 있다. 유사 소재의 많은 영화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카타르시스를 충족시킬 목적의 권선징악 전개보다 결론으로 도달하기까지의 장르적 특징을 더욱 앞세운다. 정연과 홍경장의 처절한 싸움은 보는 관객을 다소 지치게 할 정도로 몰아붙인다. 실종 아동 부모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도 아주 위험한 질문을 던지는데, 영화가 극단으로 치닫다가 윤리적인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나를 찾아줘’를 지지할지 말지도 결정될 것 같다. 너무 아파서 위험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엄마 정연의 절망적인 얼굴은 배우 이영애가 14년 전 연기했던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의 얼굴과도 오버랩된다.



‘카센타’ 글쎄
박용우, 조은지
임현경
: 국도변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재구(박용우)는 처가 식구들에게 무능력하다고 괄시받고 동네에선 담합에 참여하지 않는 외지인라며 배척당한다. 인형에 눈알을 붙이며 생활비를 버는 아내 선영(조은지)도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과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날 재구는 공사현장 주변에 떨어진 금속 조각이 지나다니는 차량의 타이어를 터뜨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빵꾸 환영’ 간판을 걸고선 손님을 만들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날카로운 못을 뿌린다. 영화는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부부를 통해 부조리한 세상이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고찰한다. 도로에 못이 늘어날수록 주머니는 두둑해지지만, 그만큼 두 사람의 가슴에 뚫린 구멍도 늘어난다. 공허한 마음을 죄의식과 허영으로 채워보지만, 타인의 불행을 환영하는 이들의 일상은 결국 타이어처럼 펑하고 터져버린다. 그러나 영화는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담으려다 길을 잃는다. 정경 유착, 지역사회에서의 배척, 경찰의 비리, 여성을 향한 어긋난 시선, 가족 내에서의 부조리 등이 산발적으로 어지럽게 나타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