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옛 조흥은행)은 1988년 9월부터 만 31년 넘게 동부지원의 공탁금 관리를 맡아왔으며, 이번 재지정으로 오는 2024년 말까지 5년 더 계약기간을 연장하게 됐다. 동부지원은 KB국민·KEB하나·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이 입찰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과거에는 공탁금 보관 은행 재지정 시 기존 은행의 '적격성'만 심사해 새로운 은행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신한은행이 절대 강자였다. 공탁금 규모 2조원을 넘는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해 서울 동·서·남부지법, 인천·수원·부산·대전·광주·울산지법 등을 모두 맡고 있다.
이처럼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대법원은 재지정 시기가 다가온 권역마다 한두 곳의 법원에 공개경쟁 입찰을 시범 도입했다. 2017년 말 인천지법·부천지원, 작년 말 청주지법·천안지원에 이어 올해는 부산 권역의 동부지원이었다. 또 오는 2020년 광주·전주·제주 등 호남권, 2021년은 공탁금 규모가 압도적인 서울권의 경쟁 입찰이 차례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세 차례 경쟁에서 연거푸 수성에 성공하면서 신한은행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법원마다 공탁금 관리 은행을 교체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안정적 관리를 위해선 기존 은행 재지정이 자연스럽다. 도전하는 은행들도 차별화된 장점을 과시하기 쉽지 않다. 은행권에선 '이러려면 왜 경쟁 입찰을 도입했느냐'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심사의 세부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점에 은행들은 불만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이 어떤 항목의 점수를 높게 받았는지, 다른 은행은 어떤 부분이 낮은 평가를 받았는지 공개를 해야 내년 입찰에서 도전자들이 보완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경쟁 PT 후 한 달 가까이 지나고 난 뒤 심사 결과만 내놓는 것은 지나치게 불투명한 행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