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불법 주차' 피하다 중앙선 침범사고…주차차량 책임은?

머니투데이 이보나 법률N미디어 인턴 2019.11.2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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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오후 '주정차 금지 표지판'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들을 피해 한 차량(오른쪽 흰색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달리고 있는 모습 2018.10.01/사진=뉴시스지난 9월 30일 오후 '주정차 금지 표지판'에도 불구하고 불법으로 주차된 차량들을 피해 한 차량(오른쪽 흰색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달리고 있는 모습 2018.10.01/사진=뉴시스


갓길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로 달린 경험이 다들 한번쯤은 있을텐데요.​

특히 왕복 2차선의 경우, 중앙선 침범은 곧 반대편 차선을 달리는 차량과 정면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앙선을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사고의 가해자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도로교통법상 △소화전 전후방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전후방 5m 이내 △버스정류소 전후방 10m 이내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 등은 절대 주·정차를 해서는 구역입니다. 이런 곳에 주·정차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죠. ​



부득이하게 도로 또는 노상주차장에 주·정차해야 한다면 이런 곳을 피해 차를 세워야 합니다. 이때도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게 차를 차도의 우측 가장자리에 정차하는 등 주·정차 방법, 시간과 금지사항을 지켜야 하는데요.

현실에서는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죠. 일부 얌체 운전족은 '주자할 곳이 없어서' '잠깐이니까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주·정차를 해서는 안 되는 구역에 차를 세우곤 하는데요. 이 같은 불법 주·정차가 때론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불법주차와 사고간 인과관계 입증해야

앞선 차량이 불법주차를 하는 바람에 교통사고를 유발했다면 불법주차한 차주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불법 주차 차주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고 발생과 불법주차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게 중요합니다.

법원은 △사고발생 시각 △주차된 차량의 도로 점유상태 △사고당시 운전자의 음주운전여부 △사고 운전자의 시야확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과관계를 판단하는데요.​


불법주차한 과실은 있더라도 정상적인 차량통행에 필요한 여유공간 있고,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없었다면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구고법 2004나 8334)​

하지만 중앙선 침범과 같이 불법 주·정차 차량이 통행에 상당한 불편을 주고 있다면 불법 주차 차량 역시 과실책임이 인정됩니다. ​

통상 주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불법주차 차주는 10%의 책임을 집니다. 이밖에 △주정차 금지 장소를 위반해 주차한 경우 △고장 등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데도 방법 및 시간을 위반해 주·정차한 경우 △폭우, 진한 안개, 야간에 가로등이 없어 주정차 중인 차량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10% 과실이 인정됩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전조등, 미등, 비상등을 켜거나 삼각대를 설치하는 등 경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주정차 차량의 과실 비율은 20%까지 인정되기도 합니다.​

일례로 대법원은 야간에 소형화물차를 운전하던 A씨가 편도 1차로에 불법주차된 덤프트럭 뒤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피해자를 치어 상해를 입힌 상황에서 덤프트럭 운전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다66766 판결)​

최근 법원은 갓길에 불법주차한 차량 때문에 중앙선을 넘었다가 마주오던 오토바이와 충돌한 사고에 대해 불법주차 차주에게도 15%의 과실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차선 변경 예상되는 구간에 주차…불법주차 차량에 과실 40%

불법주차 차량의 과실을 최대 50%까지 인정한 하급심 판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4년 11월2일 당시 1차에선 달리던 택시는 마주 오는 차량의 전조등을 보고 2차선으로 피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트럭이 불법주차돼 있어 그대로 부딪혔고, 승객 3명이 숨지거나 다쳤습니다. 이에 1심 법원은 도로에 불법 주차된 트럭 차주에게 절반의 사고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는데요.​

도로가 휘어지는 곳으로 갈림길 직전이라 차선 변경이 예상되는 곳인데도 트럭 운전자가 2차선에 불법주차한 잘못이 있다는 겁니다.

다만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주차 차량 운전자의 과실을 40%으로 축소 인정했습니다. 트럭 차주의 과실이 택시 운전자의 그것보다 적거나 같다고 보긴 힘들다는 이유였는데요.

해당 판결은 통상 인정되던 10~20%보다 과실비율을 높게 인정해 주목을 받았는데요. 불법 주차만으로도 높은 과실비율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불법 주·정차를 바라보는 법의 잣대가 결코 녹록치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인턴 이보나
[법률판] '불법 주차' 피하다 중앙선 침범사고…주차차량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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