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맛집' 코리아…'팔자' 80%가 외국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11.26 16:35
글자크기

외국인 공매도 비중, 코스피 70%·코스닥80%까지 상승…공매도 증가에 주가 하락 '울상'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도 최근 70~80%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강하게 반등한 국내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에 '베팅'한 것이다. 공매도 세력의 먹잇감이 된 주요 종목들은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높아진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공매도 거래량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대부분 60%를 밑돌았지만 최근에는 이를 상회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코스피가 3% 가까이 급등한 이후 8일부터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은 눈에 띄게 늘었고, 이 결과인지 코스피 지수도 다소 조정을 받았다.

지난 8일 코스피의 공매도 거래량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6.5%를 기록했고 이후 꾸준히 60%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낙폭이 컸던 지난 21일에는 이달 들어 가장 많은 3796억원 어치의 공매도 계약이 체결됐는데 이중 71.9%가 외국인이었다.



공매도 '맛집' 코리아…'팔자' 80%가 외국인
8월 폭락장 이후 공매도를 줄이고 있는 기관 투자자와는 달리 외국인은 이달들어 공매도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기관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금액은 9월1181억원 10월 1146억원 11월 1082억원으로 줄고 있지만 외국인은 이달 일평균 1782억원으로 전월 대비 14.2% 늘었다. 지난 8일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일평균 1903억원으로 더 늘어난다.

코스닥은 외국인 공매도 비중이 80%때 까지 치솟았다. 지난 25일 코스닥에서 외국인 공매도 비중은 81.9%로 지난 8월20일 이후 3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조정이 시작된 지난 19일 이후 외국인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금액은 901억원으로 올해 평균보다 19.3% 증가했다.


특히 최근 주가가 급등한 종목 중에서는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킷이 되면서 주가 크게 조정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1인 방송 플랫폼 기업 아프리카TV (119,000원 0.00%)다.

아프리카TV는 매 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영향으로 이달 중순까지 신고가 행진을 이어왔는데 지난 13일 8만45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현재 주가는 7만4400원으로 10% 이상 조정 받았다. 이 기간 아프리카TV의 공매도 잔고는 약 9만주에서 22만주(21일 기준)로 2배 이상 급등했고 3번(14일, 19일, 21일)이나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 펄어비스 (30,600원 ▲650 +2.17%)도 이달 들어 공매도 과열종목에 3번 지정되며 공매도에 시달렸다. 이달 펄어비스 주가는 22만원에서 18만1200원으로 17.6% 하락했다.

코스피에서 공매도 잔고 비중(상장주식수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10.39%로 가장 높은 두산인프라코어 (7,970원 0.00%) 역시 이달 주가가 3% 가량 떨어졌다. 셀트리온, 휠라코리아, 삼성전기, 에이치엘비 등 공매도 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 대부분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과 글로벌 증시 호황으로 한국 증시도 강하게 반등한 가운데 외국인은 최근의 반등이 과평가 구간으로 보고 공매도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뒤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되사 차익을 남기는 기법으로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늘어난다.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증시의 하락을 예상하는 외국인이 많다는 의미다.

특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3분기까지 국내 기업들의 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PER(주가수익비율)는 지난 10월14일 이후 꾸준히 14배를 상회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코스피 PER가 14배를 넘은 것은 코스피 지수가 2500을 웃돌았던 2017년11월이 마지막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안감이나 최근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 등 다양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원화 약세로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가격 매력이 높아졌고 글로벌 투자심리도 위험자산으로 기울고 있어 앞으로 외국인 수급을 기대할 요소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