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양자인가?]<6>한국의 양자기술 선두 기업 ㈜우리로

머니투데이 광주=나요안 기자 2019.11.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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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Quantum Industry Conference in SEOUL]이재인 ㈜우리로 회장과 ㈜우리로 박찬용CTO

㈜우리로가 생산하는 제품, 왼쪽부터 LAN-WDM Demux(왼쪽, 상단), CWDM Mux Chip(U-Type)(우측, 상단)  SPAD With internal TEC(중앙, 하단) 사진제공=우리로㈜우리로가 생산하는 제품, 왼쪽부터 LAN-WDM Demux(왼쪽, 상단), CWDM Mux Chip(U-Type)(우측, 상단) SPAD With internal TEC(중앙, 하단) 사진제공=우리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남은 시간은 양자(量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거대한 천체의 진화 마지막 단계(별의 최후)를 ‘블랙홀’로 명명한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 교수가 남긴 말이다. 휠러 교수와 같은 과학자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그들의 일생을 걸고서라도 파헤쳐보고 싶은 ‘양자물리학’의 위상을 대변한듯한 표현이다.

양자에 대한 과학자의 열망과 더불어 산업계에서는 계산과 통신, 암호 등의 분야에 양자역학을 적용해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시도들이 이어져 왔다. 머지않은 미래에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될 상용 양자기술 개발은 글로벌기업들이 사운을 걸고 투자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로는 양자의 가장 대표적인 입자인 광자를 다루는 광(光)산업 기업이다. 일반인이나 투자자들이 ㈜우리로가 보유하고 있는 광 파워 조절 기술과 단일광자 검출기, 초고속 광 검출기 등의 가치와 시장성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빛의 성질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빛은 연속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빛이 덩어리진 알갱이들로 (불연속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빛의 알갱이인 광자는 질량도 크기도 없는 기본 입자로서 전자기력의 힘 운반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깨어있는 동안에는 낮이고 밤이고 말 그대로 광자를 '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도 초당 수십억 개의 광자가 스마트폰에서 독자의 눈으로 정보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우주에는 물질 입자 하나당 10억 개 비율로 광자들이 존재한다. 우주 배경 복사는 저에너지 상태의 광자들로서 빅뱅의 산물이기도 하다. 양자기술 산업은 우주의 가장 기본 입자 중 하나인 광자를 활용하는 분야이므로, 빛의 최소 단위인 단일광자를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은 양자산업의 전 분야에서 가장 기반이 되는 핵심이다.

㈜우리로는 초고속 광통신망 구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초고속 광검출기 칩 및 모듈을 생산해 국내외 LTE 및 5G망에 공급해 오고 있다. 또한, 장거리 광통신을 가능케 하는 것이 광분배기인데 ㈜우리로는 광 분배기 칩과 이를 이용한 광 모듈을 생산해 KT, SK텔레콤과 같은 통신회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광 분배기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WDM(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파장분할 다중) 소자 분야로 기술을 확장해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로가 개발한 SPAD(Single Photon Avalanche Diode, 단일광자검출기)는 ‘광자’를 검출할 수 있는 초고감도 광학센서를 칩에 구현한 것으로, 어떤 방법으로도 패턴을 읽어낼 수 없어 도·감청이 불가능한 통신장비를 만들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의 필수부품이다. 또한, 이 칩은 초고감도 바이오 센서, 3차원 라이다(3D-LiDAR) 등으로 활용될 수 있는 꿈의 미래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로는 PLC Splitter(평판형 광분배기) 분야에서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웨이퍼, 칩, 모듈에 대한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을 생산·공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사양의 단일광자검출기 칩을 설계·제작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0월말 개최한 양자산업 컨퍼런스를 통해 국내 양자산업의 실태와 전망을 조망했다.

한국의 대표적 광산업기술기업인인 이재인 ㈜우리로 회장과 ㈜우리로 박찬용CTO에게 2020년 이후 우리로의 중점사업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물리학자이자 재료공학박사인 이 회장은 2014년부터 경영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인 ㈜우리로 회장.  사진제공=우리로 이재인 ㈜우리로 회장. 사진제공=우리로
-올 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들었습니다.

▶ (박찬용 우리로 CTO) 올해에는 10Gbps APD(avalanche photo diode :광통신용 수광소자) 칩 양산기술을 확보해 칩 및 모듈을 대량생산하고 5G 네트워크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PLC 웨이퍼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인 WDM(파장 분할 다중화 부품)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추가로 고밀도 WDM 신제품을 개발 완료할 예정입니다.

또한 올 하반기 설립된 한중합자법인을 통해 중국내 WDM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매출 및 수익성 개선을 할 계획입니다. 당사 WDM 제품에는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저밀도 파장 분할 다중화 제품인 CWDM이 있으며, 새로 개발되는 고밀도 파장분할 다중화 제품은 장거리 및 초고속 백본망의 핵심소자입니다.

-양자 암호통신 분야에 연구개발과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재인 회장) 현재 양자암호통신에 사용되는 SPAD는 ㈜우리로 제품의 성능이 가장 뛰어납니다. 현재 IDQ코리아(현 SK텔레콤 자회사), 도시바, 유럽의 많은 기업과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국가들이 연구단계에 있어서 판매량이 많지 않지만 올해엔 SPAD로만 100만달러의 매출 실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거 SPAD 칩을 공급하던 미국의 PLI사는 미국 포드의 자회사인 Argo사에 인수되었으며, 지금은 라이다에만 집중하고 있고 양자암호 통신용 SPAD칩을 공급하진 않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 제품을 전세계에 수출하고 있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아직 산업이 성숙되지 않아서 그 수량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성능이 향상되면 양자암호 통신은 필연적으로 요구되며, 그 필요성은 더욱 중요하게 됩니다. 그 시점에는 저희 회사의 SPAD칩의 판매 수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으며, 해당 시기는 2022~2023년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4년여에 걸쳐서 저희 회사는 SK텔레콤과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습니다. 저희는 양자암호키 핵심부품을, SK텔레콤은 양자암호 핵심 시스템과 난수 생성기 등을 담당해 공동개발 및 협력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신제품, 신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다만, 현재 정부지원이 미미해 우려가 큽니다. 정부의 투자가 미진해 기술개발이 지연된다면 곧 미국, 중국, 유럽 등에 추월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이나 유럽, 중국은 양자정보산업에 조단위 규모로 지원 프로그램을 수립해 해당 정부가 지원하고 있어서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서 분야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필연적으로 다가올 양자정보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잘 해줬으면 합니다. 우리가 지속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의 양자정보산업에 대한 종합적인 인프라와 산업의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는 대폭적으로 확대돼야 합니다.

정부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기업, 연구소, 대학교에 중장기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산학연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동개발을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대학교에 펀드를 지원해 학교의 교수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양자정보산업에 참여기회를 확대해 핵심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로는 앞선 개발,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양자암호통신=우리로'의 명성을 반드시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로의 PLC(Planar Lightwave Circuit : 평판형 광회로) 기술수준은 외국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요?

▶(박찬용 CTO) PLC 기술기반 광파워 분배기 소자는 우리로 제품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으며 기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100기가급 초소형 광통신모듈의 핵심부품인 CWDM 칩 분야에서도 기술 차별화 및 고부가가치 창출로 해외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설립된 한중합자법인을 통해 중국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며, 그 성과는 2020년부터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주최 양자산업컨퍼런스에서의 박찬용 우리로 CTO(오른쪽, 두 번째)가 패널로 참여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나요안 기자머니투데이 주최 양자산업컨퍼런스에서의 박찬용 우리로 CTO(오른쪽, 두 번째)가 패널로 참여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나요안 기자
-광주시를 광통신융합산업의 메카로 조성하려는데, 기반시설 등 여러 조건에 부합하는지요?
▶(이재인 회장)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광산업육성정책을 진행해 광주시에 많은 광산업 업체들이 생겨났고 지금까지 20여년에 걸쳐 광산업과 관련된 탄탄한 인프라가 구축돼 왔습니다.

지금은 광주시에 300여 개의 광산업체, 7500여 명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으며, 한국광기술원, ETRI 호남연구센터, 전자부품연구원 광주본부 등 연구기관과 광주과기원, 전남대학교 등 대학교에 많은 석박사급 고급 연구인력과 광 관련 연구장비들이 있습니다.

이는 광주시가 광통신융합산업의 메카로 성장하는데 최적의 조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광주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강해서 많은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2020년이 ㈜우리로의 터닝포인트 해가 될 것 같습니다. 전망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 회장) 2020년부터 향후 5~10년간 광통신 분야에 세계적으로 거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봅니다(3대 분야 ; 5G 이동통신, 엣지 데이터센터, 10G PON).

우리로는 수년간의 미래먹거리 준비를 통해 위의 3개 분야 각각에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신제품들을 확보했습니다. 올해 3분기 이후 광다이오드 5G 관련 매출의 실적이 2배가 넘는 성장을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수출확대를 통해 5G 관련 매출이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또한, 신규 개발 완료 예정인 고밀도 WDM 제품을 국내외 통신 기업과 대규모 클라우드 서버에 공급해 수익구조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양자암호통신용 SPAD도 2020년부터는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매출성장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로가 경쟁력 있는 신제품 중심으로 퀀텀 점프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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