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냥꾼 동생 도운 이정훈 강동구청장 "모르고 한 것"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19.11.2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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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M&A로 부당이득 269억원 챙긴 혐의 미래에셋 펀드 유모 대표 등 첫 공판

이정훈 강동구청장/사진=뉴스1이정훈 강동구청장/사진=뉴스1


사채업자에게 상장폐지 위기의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매도하면서 정상적으로 경영권을 양도하는 것처럼 허위공시해 부당이익 269억원을 챙긴 자산운용사 전 대표 등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인 동생을 도운 혐의(자본시장법위반방조)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정훈 강동구청장(51)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26일 자본시장법 위반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모 미래에셋PE 전 대표(53)와 유모 상무(45), 사채업자인 이모 클라우드매직 부사장(40), 게임사 와이디온라인 변모 대표(49), 이정훈 구청장 등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유 전대표 등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 사모펀드의 자회사 '시니안유한회사'를 통해 보유하던 코스닥 상장 게임회사 와이디온라인이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지분을 냉장고판매업체 '클라우드매직'에 양도하면서 사기적 부정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클라우드매직이 사채업자가 세운 유령법인임을 알고도 지분을 팔아 부당이득 269억원을 취득했다. 또 지난해 3월 클라우드매직 법인통장에서 유상증자금 85억원을 인출한 것을 비롯해 같은 해 8월까지 회사자금 총 154억원을 횡령해 개인 사채자금 변제 등에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유 전대표 측 변호인은 "유 전대표는 상대방이 선량한 매수인이라고 신뢰했다"며 "매수인들이 배임·횡령할 것을 알면서 협력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구청장 측 변호인도 "동생의 범죄행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며 "그 당시 구청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으로서 동생의 범죄를 알고도 이를 도와줄 의사가 있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구청장 측은 동생을 신문할 때만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에 분리변론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 후 이 구청장은 취재진에 "클라우드 매직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을 당시 기자로부터 이메일로 질문이 왔고 경영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동생에게 의견을 물어 답을 해줬던 것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서울시의원이었던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사채업자인 동생 부탁으로 클라우드매직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자기자본으로 와이디온라인을 인수했다"고 허위로 언론 인터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구청장 인터뷰로 와이디온라인은 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한편 이 구청장은 지방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선거법을 어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달 15일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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