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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광장을 점령하라! 보랏빛으로

머니투데이 송정렬 산업2부장 2019.11.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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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정도일 줄이야. 여기가 미국 맞나?" 지난해 10월초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북미투어' 피날레 무대가 펼쳐졌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여 개의 야광봉 불빛은 군무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귀를 찢는 듯한 함성과 떼창은 공연 내내 그칠 줄 몰랐다. 뉴욕의 가을밤을 뒤흔든 이 놀라운 광경에 40대 아재의 입에서는 연신 탄성이 나왔다. 사실 BTS 콘서트 취재를 앞두고 부랴부랴 '페이크 러브' 등 BTS 히트곡들을 들어봤지만 아재는 고개만 갸우뚱했었다. 공연장의 거센 감동은 아재감성의 확실한 1패를 의미했다.

해외에서 직접 눈으로 목격한 K팝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동포들만 오는 것 아냐', '일부 한류 마니아만 듣겠지‘. 이런 선입견은 공연장 입구부터 산산이 부서졌다. 시티필드 앞엔 공연 이틀 전부터 1500여명이 텐트를 치고 줄을 섰다. 선착순인 스탠딩석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20대 전후의 여성 팬들이 대다수인 가운데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팬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음악에 맞춰 연신 몸을 흔들어대는 중년의 ‘열혈’ 누나부대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아미’(ARMY)에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관광산업은 저성장시대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높아서다.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관광산업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관광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였던 2016년 1724만 명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추면서다. 또한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수지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는 132억 달러에 달했다. 17년째 적자 행진이다.



국내 관광산업의 질적 도약을 이끌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 맥락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킬러콘텐츠이자 차별화된 콘텐츠자산인 K팝이 주목을 받는다. BTS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한 지난달 말 3일간의 서울 공연에는 13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이중 상당수가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었다. 당시 공연장이 있는 잠실 인근의 호텔방들은 모두 동이 났다. 전 세계 K팝 팬 10명 중 7명은 최근 3년간 한국을 방문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K팝의 이처럼 막강한 ‘관광객 유치파워’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은 없을까. 딱 3일만 이념의 갈등에 지친 서울 광화문광장이나 시청 앞 광장을 BTS를 상징하는 ‘보랏빛’으로 점령하면 어떨까. BTS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한국판 K팝 ‘우드스탁’을 개최하는 것이다. 1969년 8월 뉴욕 북부의 이름 없는 한 평원으로 3일 동안 약 50만 명을 끌어 모으며,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자 음악 페스티벌의 전설로 불리는 그 공연 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는 지방 도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신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관광분야를 더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힘을 많이 써 달라"고 주문했다. 수많은 관광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한국관광을 되살릴 아이디어는 차고 넘친다. 부족한 건 예산이 아니다. ‘이게 되겠어’하는 패배주의를 벗어나 상상력을 현실화하려는 강한 실천의지와 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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