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는 가지만 일본여행은 안 간다…'이중적 불매' 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이강준 기자 2019.11.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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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항공편 예약률 -90%, 노선도 줄어 '불매운동' 여전…일본 관광업계·지역경제 타격 커

지난 7월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일본항공 탑승수속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7월 서울 김포공항 국제선 일본항공 탑승수속 카운터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6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유니클로 매장이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지난 16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유니클로 매장이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여행 보이콧'이 기세가 나날이 높아지며 한일 양국에 '여행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최근 유니클로에 소비자들이 몰리며 국내 일본 불매운동 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다는 목소리와 달리, 여전히 공항에선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행객을 찾기 어렵다.

요즘 불매, 유니클로는 '북적' 여행사는 '한산'
2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던 유니클로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지난 21일까지 진행한 '겨울 감사제'에서 오프라인 구매 고객에 '히트텍' 10만장 증정 이벤트를 벌이자 고객들이 몰렸다. 지난 16~17일 한 매장에선 단 1시간 만에 준비된 히트텍 물량이 동나는 등 반등에 제대로 성공했다. 이 같은 모습에 한창 올해 여름과 가을을 달궜던 불매운동 열기가 사그라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여행 만큼은 불매운동 여파가 여전하다. 일본정부관광청(JNTO)의 '10월 방일 외국인 여행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19만7300명으로 전년 대비 65.5% 감소했다. 지난 8월 48% 감소하며 반토막 나고 9월에는 58.1%나 감소하더니 9월 감소폭은 더욱 커진 것이다. 개천절 등 공휴일로 여행수요가 적지 않았고, 일본이 짧게 다녀오기 좋은 인기 여행지로 손꼽힌다는 점이 무색할 만큼 맥을 추지 못했다.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업계는 65%나 감소했다는 결과에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다. 불매운동이 100일을 훌쩍 넘겼음에도 감소폭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단체로 떠나는 패키지여행(PKG)뿐 아니라 일본여행 주된 여행 형태인 개별여행(FIT) 수요까지 감소했다"며 "위축된 여행심리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연말 여행 성수기 시즌을 앞두고도 일본노선 수요는 여전히 하락세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12월과 내년 1월 일본노선 예약률이 여전히 전년 대비 -90%대로 바닥을 치고 있다. 여행수요는 정세와 경기 상황에 좌우되고 항공노선 증감에도 큰 영향을 받는데 모든 요소가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8개 여객항공사의 전체 국제선 공급좌석 대비 일본노선 비중은 지난 6월 32.2%에서 현재 20.6%로 낮아졌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 히트텍 같은 소비재는 가격도 저렴하고 생활에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여행의 성격은 이와 반대"라며 "우리 국민들의 일본여행 경험이 이미 많은데다,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강해 당분간 일본노선 수요의 반등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뚝 끊긴 발길, 일본 관광업계도 '비상'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는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에 일본 관광업계와 지역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운다. 한국을 제외하고 중국 등 전반적인 국가에서 일본을 찾은 관광객이 늘긴 했지만 태연한 표정을 짓기엔 한국으로 인한 타격이 적지 않아서다. 일본관광청에 따르면 10월 총 방일 외국인은 249만66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 역성장, 8월에 이어 2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일본 지역관광에서 한국이 차지했던 비중이 높았다는 점에서 지역공항과 지자체가 울상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이타(大分)현 오이타 공항 국제 터미널이 사실상 폐쇄됐다. 한국 3개 도시에서 오는 항공편이 전부 중단됐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지난 10월 리노베이션을 마친 돗토리(鳥取)현 요나고 공항에서도 한국 항공편이 모두 운행 중단되며 "오늘 국제선 취항은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린 상황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역경제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웃지 못할 촌극도 빚어진다. 이달 초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시코쿠(四國) 에히메현(愛媛)은 한일 항공편 좌석 점유율이 낮아져 노선 폐지가 우려되자 공무원들에게 소속 부서별 목표까지 제시하며 사비로 한국 여행을 권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은 중국노선 비중을 늘려 한국 여행객 감소 피해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유커 대상 비자 발급 절차 개선 등의 정책을 펼치며 여행편의를 대폭 제고했고, 일본과 중국을 잇는 항공 노선도 대폭 늘리는 추세다. 이에 따라 올해(1~10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 여행객은 81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성장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역시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댜오) 영토 분쟁 등 잠재된 정세 악화 요인이 적지 않아 고민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유커의 힘으로 성장하던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이 사드 문제로 유커가 뚝 끊기며 고꾸라졌다"며 "일본에게도 개별여행객 비중이 높은 한국인 여행객의 감소가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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