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조금 산만하다

임현경, 임수연, 김리은 ize 기자 2019.11.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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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조금 산만하다


‘겨울왕국 2’ 글쎄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조시 게드, 조나단 그로프
임현경
: ‘겨울왕국’의 3년 뒤, 아렌델의 여왕 엘사(이디나 멘젤)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면서도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고 멀리서 들려오는 의문의 목소리에 쫓긴다. 결국 엘사는 진실을 마주하기로 결심하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뛰어난 영상미와 귀에 맴도는 노래들로 전편의 명성을 잇되 보다 세계관을 확장했다. 영화는 자신의 기원을 찾아가는 엘사의 여정을 통해 부모 세대의 서사, 자연과 인간의 조화 등을 다룬다. 때에 따라 긴 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는 엘사와 안나(크리스틴 벨)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영웅으로 성장하고, 지혜와 용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한다. 스벤, 브루니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매력을 뽐내고, 올라프의 모노드라마, 크리스토프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재미 요소가 곳곳에 배치됐다. 다만 자칫 무겁거나 지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해소하는 이런 연출이 캐릭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산만한 인상을 준다. 부가적인 부분에 힘을 쏟은 것에 반해, 중심 소재인 엘사와 안나의 모험은 단절된 장면들로 짧고 허무하게 지나가버린다. 너무 무겁거나 진지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인지, 영화적 완성도나 영웅 서사로는 아쉬움을 남긴다.

‘아이리시 맨’ 보세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임수연
: 2000년, 양로원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니로)이 과거를 회상하는 골자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미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 터지는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였던 노동자 계급 프랭크가 청부살인업자로 승승장구하며 권력자가 되는 과정이 흡인력 있게 그려진다. 전미운수노조의 수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가 가족끼리도 교류할 만큼 프랭크와 돈독한 우정을 쌓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지미가 수감되면서 둘의 관계도 변한다.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에서 주로 열패감에 찌든 남자를 연기한 조 페시가 전혀 다른 캐릭터, 살인을 사주하는 냉정한 설계자로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 젊은 시절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했던 폭력적인 수컷들의 말년을 담은 듯한 영화다. 호기롭던 남자들의 죽음은 찰나에, 노년의 쓸쓸함은 느리게 담으면서 자식 세대의 차가운 외면을 기어코 보여준다. 갱스터 장르의 상징적인 얼굴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들여 CG로 로버트 드니로의 중년 시절을 구현해야만 했던 이유가 여기 있다. 마초와 폭력성을 향한, 갱스터 영화에 대한 스콜세지의 묵직한 코멘트를 반드시 넷플릭스가 아닌 극장에서 확인하시길.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 보세
프란치스코
김리은
: 제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을 주인공으로 한 첫 공식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인터뷰, 난민캠프나 재난지역을 몸소 찾으며 평화와 치유를 역설하는 교황의 헌신적인 삶, 그리고 교황으로서는 최초로 선택한 이름 ‘프란치스코’에 대한 해설을 균형감 있게 담았다. 교황으로서의 특권을 포기하고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하거나 환경보호를 위해 목소리를 내며 교회 본연의 가치를 중시하면서도, 동성애와 낙태 등 사회문제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어들은 이 시대에 공존해야 할 전통과 혁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남긴다. 특히 감독 빈 밴더스의 유명작 ‘베를린 천사의 시’를 연상시키는 연출로 표현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1226)에 대한 해설은 21세기에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다시 소환한 청빈, 자연과의 조화,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왜 지금 필요한지에 대한 실마리다. 정답을 쉽게 내리기보다 함께 고민하고, 또 항상 겸손하면서도 유쾌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이 종교를 초월하는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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