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재배부터 인큐베이팅까지 농민·기업 '웃음꽃'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2019.11.22 05:00
글자크기

[농업-기업 '상생의 시대' (1)] 국산 농산물 계약재배 확대한 CJ프레시웨이…전국 2800여 농가서 농산물 연간 5만6000톤 수매

편집자주 자유무역협정(FTA)과 국제 경쟁시대를 맞아 농업계와 기업간 상생협력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개방으로 야기된 농업의 위기를 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극복해 낼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농업은 기업의 판매망과 기술, 자본 등을 활용해 소득을 높이고, 기업은 이를 통해 거래비용 감소와 품질차별화, 소비자 신뢰를 기대할 수 있다. 농업과 기업이 함께 일궈가는 상생의 현장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올해 2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한 배추밭에서 지역 농민들이 CJ프레시웨이와 첫 계약재배한 신품종 황금배추를 수확하고 있다./사진=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올해 2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한 배추밭에서 지역 농민들이 CJ프레시웨이와 첫 계약재배한 신품종 황금배추를 수확하고 있다./사진=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


CJ프레시웨이 직원들이 지난 5월 제이팜스 공주 공장에서 양파 세척(전처리)작업을 하고 있다. 이 양파는 충남 서산에서 계약재배한  농산물로 외식업체나 단체급식장으로 공급된다./사진=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CJ프레시웨이 직원들이 지난 5월 제이팜스 공주 공장에서 양파 세척(전처리)작업을 하고 있다. 이 양파는 충남 서산에서 계약재배한 농산물로 외식업체나 단체급식장으로 공급된다./사진=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
"농식품산업은 미래 블루오션이자 국가 식량안보와 직결된 필수산업이다. 산업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식품산업의 혁신이 우리 농축산업 혁신을 견인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정부도 대내외적 여건 변화에 대응한 식품산업 육성 대책을 마련하고, 농축산물이 안전하게 공급될 수있도록 철저한 관리를 해 나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식품산업 활성화 기업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해 농식품기업과 농축산물 생산 농가들을 격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농가에게는 더 우수한 농산물이 생산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당부를, 기업에게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함으로써 농가소득을 높이고 기업 스스로의 이익도 지켜나갈 것을 주문했다.



정부 역시 기업과 농업인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는 산업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해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최근 농업계와 기업이 협력해 상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는 식자재 유통과 단체급식을 전문으로 하는 'CJ프레시웨이'가 그 맨 앞에 섰다. 이 기업은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함께 주최한 '2019 농업과 기업간 상생협력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5회째를 맞는 경진대회는 농업계와 기업이 상호 경쟁력을 높이고 농식품 부가가치 창출에 노력한 기업을 선정해 시상하는 행사다.



CJ프레시웨이는 국산 농산물 계약재배 규모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농가가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줬다. 기업으로서도 양질의 국산 원료를 확보할 수 있어 경쟁력이 강화됐다. 2015년 농가 200여 곳과 쌀, 양파 등 4개 품목으로 계약재배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국 2800여 농가와 14개 품목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연간 수매하는 농산물만 5만6000톤 규모, 액수로는 930억~940억원에 달한다.

김승민 CJ프레시웨이 농산팀장(49)은 "CJ그룹 전체적으로 필요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전국 산지별로 다양한 품목을 계약재배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농산물 유통은 5단계(농가-수집상-공판장-제조사-해당 업체)를 거치는 데 계약재배는 유통단계가 3단계(농가-지역 농업법인-해당 업체)로 줄어들어 유통비용이 적게 들고 품질차별화가 가능해 시장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의 상생협력은 구매단계에서부터 고객까지 연결되는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 우선 농가와는 지속적으로 계약재배 물량을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한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CJ프레시웨이가 계약재배를 하는 면적은 총 2034ha에 달한다. 특히 국내 대표 농산물인 쌀은 전북 익산을 비롯 충남 아산, 전북 고창 등 전국 15개 지역에서 계약재배를 진행 중이다. 이 지역에서 수매하는 물량은 연간 약 4만 5000여톤으로 연간 쌀 소비량(61kg)을 기준으로 할 때 제주도민이 1년 넘게 소비할 수 있는 양이다. CJ프레시웨이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로부터 구매한 농산물은 7만8700톤에 달한다. 누적 구매액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한 농산물은 프랜차이즈와 단체급식장으로 공급하고 가정간편식(HMR) 원료로 사용된다.

CJ프레시웨이는 농가와 상생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 공유가치창출(CSV) 사업인 '활력 농가'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농가에 활력을 북돋아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계약재배를 통한 농가의 판로개척은 물론 계약재배 고도화를 지원해 농가 소득 창출을 돕고 있다.

CJ프레시웨이에서 유통하는 식자재의 형태에 맞는 종자를 농가에 지원하고 생산된 농산물은 농가와 협의된 규격 및 단가에 맞춰 전량 구매한다. 기업은 상품화에 적합한 최적의 국산 농산물을 수매할 수 있다. 생산 농가는 계약 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일괄적으로 종자를 지급받을 수 있어 재배 및 수확에만 전념할 수 있다.
.CJ프레시웨이 배송 직원이 지난 5일 한 양식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에 당일 사용될 1차 농산물을 비롯한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사진=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CJ프레시웨이 배송 직원이 지난 5일 한 양식전문 프랜차이즈 식당에 당일 사용될 1차 농산물을 비롯한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다./사진=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
CJ프레시웨이 직원이 지난 10월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에서 전국으로 배송되는 식자재를 검수하고 있다./사진제공=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CJ프레시웨이 직원이 지난 10월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에서 전국으로 배송되는 식자재를 검수하고 있다./사진제공=농식품상생협력추진본부
가장 최근에 진행하는 사업이 바로 '황금배추'다. '황금감자'와 같은 차별화된 종자를 발굴해 계약재배를 실시하고, 생산된 농산물의 판매망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등락이 반복될수록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농가로서는 큰 힘이 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더어울림' 김의종(39) 대표는 "지난 6월 감자가격이 낮게 형성되면서 시장에서는 kg당 450원에 거래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계약재배 농가들은 kg당 650원에 농산물을 팔 수 있었다"며 "기업을 통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면서 요즘 웃는 농민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경북지역 감자농가 100여곳과 계약재배(35만평)를 실시해 이 곳에서 생산된 감자 3000톤을 기업에 전량 납품했다.

CJ프레시웨이는 앞으로 농업인과 지속적인 상생협력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김승하 CJ프레시웨이 상품개발본부장은 "오는 2020년에는 계약재배 물량을 23개 품목, 6만8282톤까지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농업인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상품경쟁력과 사업경쟁력을 키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