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장강의 거대한 악어와 악어새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2019.11.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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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0시(현지시간). 중국의 연중 최대 쇼핑 축제인 11월11일 쇼핑데이(광군제)가 시작되자 알리바바가 항저우 본사에 마련한 미디어센터 전광판엔 매출 규모를 알리는 숫자가 거침없이 올라갔다.

10억위안(1660억원)의 매출액은 몇초가 걸렸는지 정확히 잴 수도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100초를 채 채우지 못한 96초만에 미디어센터를 가득 채운 기자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매출 100억위안(약 1조6600억원)을 돌파한 것. 1초에 1억위안씩 팔려야 가능한 수치다.



알리바바가 1시간만 기록한 매출액 912억위안은 신세계백화점의 3년치 매출(2018년 매출 5조1875억원 기준)이다. 이날 알리바바는 2684억위안(약 44조554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어쩌면 저 수치가 조작됐을 수도 있겠다는 부러움 섞인 의심도 들었다. 알리바바가 하루 동안 기록한 거래액은 미국의 아마존이 두달치 거래액과 맞먹으니 쉽게 실감나지 않는 수치다.



알리바바가 기록한 천문학적인 매출액의 원천은 14억명에 달하는 시장이다. 거기에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물류와 마케팅 기술이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봐야 한다. 알리바바는 이날 순간 최대 주문 처리 건수는 초당 55만4000건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막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문제 없이 주문을 받았다.

흥미로웠던 것은 미디어센터의 분위기다. 이날의 주인공은 알리바바와 중국인이었다. 미디어센터는 600명 가량의 기자들이 자리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중 70%는 중국기자들이고 나머지는 외신기자들이었다. 끝없이 올라가는 거래액을 보며 흥분하는 중국 기자들의 모습은 그들이 알리바바 직원이나 된 것처럼 느껴졌다. 한 중국 매체 기자는 "나라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씁쓸했던 것은 알리바바 한 곳의 매출만 44조원이 넘는 이번 쇼핑데이 행사에 우리의 자리는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하루 10억위안(약 1650억원) 이상 팔린 브랜드는 모두 15개다. 애플, 나이키, 아디다스,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8곳는 해외 브랜드였고 메이더, 화웨이, 샤오미, 하이얼 등 중국 브랜드는 7곳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업체의 실적은 초라하다. 그나마 1억위안 이상 매출을 올린 우리 기업은 삼성을 제외하면 후,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화장품 업체들이다.

알라바바의 창업주 마윈은 2003년 거래 플랫폼인 '타오바오(淘寶)'를 만들어 미국의 이베이라는 강력한 경쟁자와 경쟁했다. 이때 이베이를 향해 "이베이가 대양의 상어일지 몰라도 나는 장강의 악어"라고 자신감을 내비친 것도 홈그라운드라는 든든한 뒷배를 믿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윈의 얘기처럼 알리바바는 유통시장에서 거대한 악어로 성장했다. "옆집 구렁이도 우리집 지렁이를 이기지 못한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우리가 14억 인구를 깔고 장강에 자리 잡은 악어를 물리칠 이유도 방법도 없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부터 알리바바는 외국 기업에게도 쇼핑데이에 입점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악어를 이기지 못할지라도 악어새가 돼 이익을 취할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14억명의 시장을 보유한 거대한 플랫폼 어딘가에 우리의 자리도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화문]장강의 거대한 악어와 악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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