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전략선회…발등에 불 떨어진 희성전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11.21 06:30
글자크기

LGD '탈LCD' 추진에 희성 생존 고민…신규투자 자금부족 이중고

LG의 전략선회…발등에 불 떨어진 희성전자


LG그룹이 '탈(脫)LCD(액정표시장치)'를 선언,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범LG그룹사로 LCD 부품을 공급해온 희성전자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성장세의 밑거름이었던 LG그룹 수혜가 사라지면서 실적 제동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발 홍역에 LG발 결정타까지…"발등의 불"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희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조3422억원 가운데 78.5%를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올렸다. LCD 모듈과 터치스크린패널 등을 LG디스플레이와 관계사에 납품해 올린 매출이 1조8375억원에 달한다. 사업 전반을 LG디스플레이 (10,750원 ▲170 +1.61%)에 의존하는 구조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해외에서 자체 생산하던 LCD 모듈 물량까지 희성전자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1년까지 희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LCD 모듈 물량을 모두 맡게 될 예정이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올 들어 LG디스플레이가 OLED 전환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발 LCD 물량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1조원대 적자에 시달린 끝에 탈LCD를 추진하면서 희성전자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희성전자 입장에서도 중국발 LCD 가격하락에 가뜩이나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 결정타를 맞게 된 것"이라며 "사실상 생사가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레드 신규사업 모색 난항…자금부담 이중고
LG의 전략선회…발등에 불 떨어진 희성전자
관건은 희성전자가 OLED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찾을 수 있느냐다. OLED 인력을 영입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OLED는 패널 자체가 빛을 내기 때문에 LCD만큼 다양한 부품이 필요하지 않다. 희성전자가 납품할 만한 부품을 발굴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OLED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에도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 최근 2~3년 동안 중국발 공세에 대응하면서 이미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가 1조6820억원, 부채비율이 212.2%다. 총차입금이 3008억원으로 1년새 2200억원 넘게 늘어 부채비율이 6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총차입금 중 단기차입금 비중이 94.2%에 달한다.

이수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주력 제품인 LCD 부품의 성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자금부족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선 올레드 전환 실기 지적, 오너일가 사업재편 장고
구광모 LG 회장(오른쪽)과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왼쪽). /사진=머니투데이 DB구광모 LG 회장(오른쪽)과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왼쪽). /사진=머니투데이 DB
희성전자는 구광모 LG 회장의 친아버지 구본능 회장이 지분 42.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1974년 LG전자 주도로 설립된 뒤 1990년 계열 분리됐다.

구본능 회장 외에 동생인 구본식 회장(LT그룹 회장)이 지분 16.7%, GS그룹 일가 허정수·허광수 회장이 각각 10.5%를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 26.2%는 자사주다.

일각에서 LG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통째로 희성전자에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LCD 업황이 쇠락하고 있는 만큼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 적자를 두고 올레드 전환 시기가 늦었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와중에 LG그룹도, 희성전자도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라며 "범LG그룹 사업재편을 두고 오너 일가에서도 다각도로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