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죽이지 않았습니다" 21년만에 오명 벗었더니…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11.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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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살인 혐의로 21년간 옥살이… 뉴욕경찰 1980~90년대 강압수사 논란

1991년 살인 혐의 유죄 선고를 받고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데릭 해밀턴. /사진=CBS모닝 유튜브 캡쳐1991년 살인 혐의 유죄 선고를 받고 2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데릭 해밀턴. /사진=CBS모닝 유튜브 캡쳐


21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50대 미국 남성에게 당국이 약 8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5일 미국 뉴욕시와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수사당국이, 경찰 3명을 증거 위조 혐의로 고소한 54세 남성 데릭 해밀턴과 700만달러(약 82억원)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밀턴은 28세이던 199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친구 나다니엘 캐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의 결정적인 증거는 캐쉬의 여자친구이자 목격자인 쥬얼 스미스의 증언이 유일했다. 해밀턴은 사건 당시 뉴헤이븐에 있는 자신의 집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밀턴은 2011년 가석방될 때까지 21년간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2015년 브루클린 형사법원이 해밀턴의 유죄 평결을 기각하며 그는 마침내 오명을 벗게 됐다. 앞서 2007년 증인 스미스는 당시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증언을 강요했다고 고백, 해밀턴이 무죄라고 주장했다. 이후 브루클린 지방검찰청은 조사를 통해 스미스의 증언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일례로 스미스는 캐쉬가 가슴에 총을 맞은 뒤 밖으로 도망쳤다고 주장했으나, 부검 결과에 따르면 캐쉬는 등에 총상을 입고 즉사했다. 또한 스미스는 현장에 도착한 형사에게 살해 장면을 직접 보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형사는 이를 상부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의학·과학적 증거를 종합해 볼 때 해밀턴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내리고 형사법원에 평결 기각을 요청했다.

증거 위조 혐의로 재판장에 나온 전직 뉴욕경찰 형사 루이스 스카셀라. 그가 수사했던 살인 50여건에서 피의자 15명이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CBS뉴욕 유튜브 캡쳐증거 위조 혐의로 재판장에 나온 전직 뉴욕경찰 형사 루이스 스카셀라. 그가 수사했던 살인 50여건에서 피의자 15명이가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CBS뉴욕 유튜브 캡쳐
이는 1980~1990년대 뉴욕경찰(NYPD)이 해온 강압 수사의 맹점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특히 당시 살인 수사로 이름을 떨친 전직 형사 루이스 스카셀라가 맡은 50여 건을 검찰이 재조사한 결과, 해밀턴을 포함해 피의자 15명이 무혐의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스카셀라는 수석 수사관을 맡은 175건을 포함해 최소 350건의 살인 수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셀라는 해밀턴이 증거 위조 혐의로 고소한 경찰관 3명 중 하나다.

이날 스카셀라가 수사했던 살인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인 엘리서 델리온 또한 평결 기각으로 혐의를 벗었다. 1996년 델리온은 살인강도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고 25년간 옥살이를 해왔다. 그는 스카셀라가 자신의 범죄 자백을 조작했다고 주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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