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 회장 "이익 안나는 사업 버린다"…구조조정 예고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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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특파원 간담회…"항공 등 주력사업 제외하곤 일부 정리"…"대한항공 흑자전환, 2021년초는 돼야 할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44·사진)이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버려야 한다"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조 회장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항공운송과 항공기 제작, 호텔을 포함한 여행 등 주력 사업을 제외하곤 정리할 것들이 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조 회장은 지난 4월 별세한 선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에게 수여되는 '2019년 밴 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18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뉴욕을 방문했다. 밴 플리트상은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고인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상식은 20일 뉴욕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다.



조 회장은 당분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신규 사업 진출은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운송사업과 그와 관련된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며 "있는 것도 지키기도 힘든 환경인 만큼 추가로 사업을 벌릴 생각은 없다"고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영향과 관련,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며 "대한항공도 빨리 재무구조를 개선해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책으론 비용구조 개편을 꼽았다. 대한항공의 흑자전환 시점을 묻는 질문엔 "항공업이 경기보다 6개월 선행한다"며 "2021년초 정도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3/4분기 2118억원(별도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인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의 경영권 위협에 대해 조 회장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한번 겪어봤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진칼의 3대주주로서 조 회장 측의 백기사(우호주주)로 알려진 미국 델타항공과 관련, 그는 "우리와 지분 매입을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도 "경영권 참여 목적은 전혀 아니고, 반기를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현재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합작법인)를 운영 중이다. 최근 한진칼 지분 5%를 확보한 반도그룹에 대해선 "만난 적이 없어 우호세력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진그룹의 새로운 총수로서 지향하는 기업문화를 묻는 질문에 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전체적으로 보수적"이라며 "(기업문화가) 좀 더 젊어질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9월1월부터 복장자율화를 실시했는데, 첫날 청바지를 입고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다들 깜짝 놀라더라"며 "지금도 외부 약속이 없는 날은 정장 대신 캐주얼을 입고 나간다. 내년 여름엔 반바지도 입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또 "직원들과의 소통도 늘리려고 한다"며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직접 답변을 달기도 한다"고 했다.

선친인 조 전 회장과 관련, 그는 "지난 1월부터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지셨다"며 "그때부터 의사소통도 안 되고 계속 병원에 계셨다"고 했다. 조 회장은 "유언은 따로 없었고 지난해 12월 제게 이메일을 보내 앞으로 대한항공은 제가, 나머지는 대표이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셨다"며 "누나와 동생, 어머니와 협조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하셨는데, 그게 마지막 말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지분구조상) 가족 간에 협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조 회장은 "그동안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금방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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