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언이 2010년 사장직 취임 이후 처음으로 삼성그룹 전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한 자리에서 나왔다는 점을 떠올리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서도 사업보국과 상생을 새로운 성장 전략이자 경영철학으로 삼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해달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50년, 삼성그룹 81년사에서 사업보국은 계열사 자산 400조원의 오늘날 삼성을 만든 근간이자 그 결과물이었다. 식품과 의복사업이 주력이었던 삼성이 1969년 전자사업에, 1983년 반도체사업에 뛰어들면서 강조했던 게 사업보국이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1983년 주변의 냉소를 견뎌내며 선언했던 반도체사업은 30여년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자 없어서는 안될 국내 주력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수출액은 SK하이닉스와 함께 지난해 국내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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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이병철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철학이 제대로 빛을 본 첫째 산업으로 주저없이 반도체를 꼽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중대 결정을 내릴 때마다 늘 사업보국 정신을 꺼냈다. 1980년대 이건희 회장 입버릇이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는 사회와 더불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였다.
이 부회장이 올해 추도식에서 이런 경영철학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은 현재 삼성이 처한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등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자신도 재판에 묶여 있다.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도 현재진행형이다.
한 재계 인사는 "제2의 창업에 걸맞은 열정과 의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첫 공판에서 "어떤 재판 결과에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심리에 임해 달라"며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최대 가치는 혁신을 통해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모식에는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 전 리움 관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호암재단이 주관하는 공식 추도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에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추모식 전주 주말에 미리 선영을 찾았고 2017년에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돼 추모식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