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악행전│② 투표조작부터 제작진 구속까지

김리은, 임현경 ize 기자 2019.11.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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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투표조작) 논란에 대해 '이의제기 하고 싶다'고 할 때 하지 말라고 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닌가.” 지난 15일 방송된 MBC ‘PD수첩’의 ‘CJ와 가짜 오디션’ 편에서 ‘아이돌학교’ 출연자 이해인이 한 말이다. 이날 방송이 지적했듯 CJ ENM은 거대한 회사 시스템을 활용해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이용한 홍보, 매니지먼트 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통한 아이돌 관리 전담, 공연 섭외까지 아이돌을 스타로 만들고 키우는 모든 과정을 독점했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 ‘프로듀스 101 2’, ‘프로듀스 48’, ‘프로듀스X101’까지 모든 시즌에서 제작진 주도로 투표 조작이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이만하면 CJ ENM이 잘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조작과 악마의 편집, 출연자 착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듀스 101’은 물론, 이전부터 자극적인 편집으로 물의를 빚고 출연자들을 방송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Mnet의 지난 과오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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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철 PD, “건전한 야동” 발언

2016년 7월, 당시 Mnet에 재직 중이던 한동철 PD는 ‘하이컷’과의 인터뷰에서 ‘프로듀스 101’에 대해 “프로듀스 101’을 ‘여자판’으로 먼저 한 건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면서 “출연자들을 보면 내 동생 같고 조카 같아도 귀엽지 않나. 그런 류의 야동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또한 한동철 PD는 당시 제작 중이라 밝힌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대해서도 “남자판은 반대로 여자들에게 야동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예전에는 비의 무대 영상이 여자들에게 야동이었다고 한다. 그런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게 남자판 프듀"라고도 말했다. 미성년자 출연자들이 많은 ‘프로듀스 101’의 주목적이 성 상품화라 밝힌 것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이 공개한 연습생들의 프로필 사진 중에는 미성년자인 출연자가 생크림을 짜거나 짧은 의상을 입은 채 소파에 누워 다리를 올리는 등 선정적인 콘셉트가 다수 있었다.



논란 당시 ‘프로듀스 101’ 측은 ‘야동’ 발언이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콘텐츠'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라 해명하면서 “앞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언행에 신중을 기할 것을 약속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방영된 프로그램에서도 출연자들을 성적 대상화시킬 위험이 있는 콘텐츠가 여전히 업로드됐다. 2017년 3월, ‘프로듀스 101’ 시즌 2는 남성 연습생들이 정해진 시간 내에 달걀 흰자에 설탕을 치며 머랭 거품을 내는 미션인 ‘it’s 머랭타임’ 영상을 클립으로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청자들은 거품기를 돌리면서 나는 소리나 계란 흰자의 모습 등이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클리셰라는 점을 지적했다. “언행에 신중을 기하겠다”라는 약속과는 달리, Mnet 측은 반복되는 논란을 피하려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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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엑스-보이프렌드, 합법으로 생색내기
2007년 4월 방송된 ‘추적! 엑스-보이프렌드’는 비연예인 출연자의 인권 침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의뢰를 받은 제작진이 그의 옛 연인을 추적하고 재회를 주선하는 프로그램으로, 제작진은 가진 정보를 이용해 추적 대상의 뒤를 쫓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다. 연예인과 전문가로 구성된 출연진들은 스튜디오에서 의뢰인과 함께 제작진이 촬영해 온 영상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제작진이 몰래 촬영하던 도중 했던 발언이 여과 없이 방송에 나가고, 촬영 대상의 주변 인물과 환경이 노출되면서 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Mnet 측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초상권, 성명권 등을 침해한 수준은 아니다”라는 자사 고문 변호팀의 유권 해석으로 반박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과 출연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촬영 후라도 사후 허락을 받아서 방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허락을 얻지 못한 방송분은 100% 폐기하고 있어 실정법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라고 했다. 또한 “출연자나 X(의뢰 대상 당사자)를 추적한 결과 사생활 속에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되자 촬영분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제작진만 비밀을 간직한 채 서로를 위해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라며 오히려 심리학적 차원에서 응어리졌던 감정을 해소하는 ‘치유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연자의 ‘치명적인 약점’을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 것은 기본적인 사안이며, 신고 대상인 범법 행위가 아닌 이상 제작진이 촬영 과정에서 어떻게 비연예인인 출연자의 치명적인 약점까지 알게 됐는가를 돌아봐야 한다. 단순히 결과물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과정상에서 방송이 지켜야할 도리를 다했다고는 볼 수 없다. 법률은 사회 내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규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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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허찬미 악마의 편집

“여기 꿈을 이루기 위해 모인 소녀들이 있습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0년을 노래하고 춤췄죠. 무대가 아닌 작은 연습실에서” 2016년 1월 방송된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 연습생들의 절실한 꿈을 강조하는 장근석의 멘트로 시작됐다. 출연 당시 연습 기간만 10년 4개월이라고 알려졌고, 혼성그룹 남녀공학으로 데뷔했다가 다시 오디션에 도전한 허찬미 역시 절실한 꿈을 가진 출연생 중 하나였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은 등급 재평가 및 수업, 그리고 팀 배틀 등을 할 때마다 팀 배틀 무대에서 허찬미가 경연 중 음이탈을 했던 장면을 3~5회 가량 반복하며 보여줬다. 그가 당시 성대결절로 인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사실은 정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더불어 허찬미가 “자신은 항상 있습니다”, “목만 안 다쳤어도 조교는 (유연정이 아니라) 분명히 저였을 것”이라 말하는 인터뷰가 실수와 함께 방송되면서 그는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과한 캐릭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찬미의 친언니라 밝힌 한 네티즌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인사했던 장면이 다 편집 당해서 인사도 안하는 사람이 됐다”, “노래도 같은 반 연습생들에게 박수를 받고 극찬을 받았으나 그 장면은 편집돼 나오지 않고 연습 중 음이탈이 난 부분만 편집해서 방송에 내보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문제 제기 이후 방송된 ‘프로듀스 101’ 9화의 콘셉트 평가 무대에서 허찬미는 팀의 리드보컬이었음에도 거의 분량을 배정받지 못했고, 이는 다시 ‘보복 편집’ 논란으로 이어졌다. 또한 참가자의 음이탈을 반복해 보여주는 편집은 ‘프로듀스 48’에서 당시 참가자였던 장규리를 대상으로 되풀이됐다. 한동철 PD는 ‘프로듀스 101’ 제작발표회에서 “녹화에서 좋은 퀄리티가 나오면 방송에 나올 확률이 높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투표권이 곧 데뷔 여부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실수나 부정적인 모습을 화제몰이로 위한 수단으로 삼으며 사실상 조롱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소녀”들을 위해서였다면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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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 쉬운 편집과 어려운 사과

‘슈퍼스타K’의 참가자뿐 아니라 심사위원 역시 ‘악마의 편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15년 9월 3일 방송분에서 지역 예선 특별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가인은 여성 참가자들에게 연이어 불합격을 통보하는 것처럼 비쳤다. 특히 참가자 임예송에게 “비염이 있느냐, 좋은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라며 불합격을 주는 장면이 크게 화제가 됐다. 그러나 가인은 다음날 오전 SNS를 통해 해당 방송이 사실을 왜곡했음을 알렸다. 그는 “분명 합격이라고 했는데 왜 ‘불합격입니다’라고 나갔을까. 미워하지 마세요. 저 진짜 그렇게 얘기 안 했어요. 악마의 편집 언젠가는 한 번쯤 오리라 생각했음”이라며 억울함을 표했다. 방송상 가인이 여성 참가자들을 ‘견제’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 이에 대해 제작진은 "여러 명의 담당PD들이 촬영하고 편집한 개별 편집본들을 취합하여 종합 편집하는 과정에서 촬영PD와 편집PD가 달랐고, 슈퍼위크 일정이 겹쳐 최종 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류가 생겼다"라고 해명하며 시청자와 가인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앞서 2010년 8월 20일 ‘슈퍼스타K 2’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옥주현 역시 편집으로 인해 태도 논란에 휘말렸지만, 당시 제작진은 재방송분에서 해당 내용을 "시간관계상" 통편집하는 것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이후에도 SNS, 커뮤니티 등에서 비난에 시달렸던 옥주현은 1년 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사건 이후 방송사 대표가 촬영 원본을 공개하며 사과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괜찮다고 (전화를) 끊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안 괜찮은 일이 돼 버렸다”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는 논란으로 쉽고 빠르게 화제성을 얻고서 정정과 사과에는 회피적인 Mnet의 태도가 어떤 피해를 야기해왔는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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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신2’, 페이크 다큐라고 웃어 넘기기엔

Mnet은 2010년부터 ‘UV 신드롬’, ‘방송의 적’, ‘엔터테이너스’, ‘음악의 신’ 등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B급 유머’를 표방하며 인기를 얻었으나 점차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화면을 연출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상민과 탁재훈이 출연한 ‘음악의 신 2’는 장애인 비하 발언 및 비속어 사용, 상대의 뺨을 수차례 때리는 가학 행위 등에 더해, 출연자 백영광이 탁구공을 입에 넣었다가 여성 출연자를 향해 뱉어 날린 장면이 포함돼 논란을 빚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016년 6월 인권 보호, 품위 유지, 방송 언어 등에 관련한 조항 위반으로 ‘관계자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렸다. 이후 ‘음악의 신2’는 백영광이 “대표님(이상민, 탁재훈)들도 불쾌감을 줘서 3년 동안 못 나왔잖아요”라고 따져 묻고, 경리가 “영광 오빠가 모든 문제의 시발점이다. 그러니까 욕이 아니고…….”라고 말할 때 의도적으로 ‘시발(始發)’을 묵음 처리하는 장면 등 방심위의 제재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을 방송했다. 연출 박준수 PD는 앞서 2011년 방송된 ‘UV 신드롬 비긴즈’ 연출을 맡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당시 방송 언어 및 품위 유지를 위반하는 내용을 재차 방송해 2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그는 ‘음악의 신2’을 끝으로 YG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고, 이후 승리를 주인공으로 한 넷플릭스 시트콤 ‘YG전자’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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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학교’ 유료문자 투표 조작 의혹
2017년 9월 30일, Mnet ‘아이돌학교’의 유료문자 투표가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디씨인사이드 이해인 갤러리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프로듀스 101’ 및 걸그룹 I.B.I 활동으로 알려진 이해인은 첫 회에서 1위를 기록할 만큼 화제성이 높은 출연자였지만, ‘아이돌학교’ 최종회에서 11위를 기록하며 데뷔 멤버 9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 Mnet 측이 공개한 집계 결과 이해인은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 총 2,700여 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종회가 방영되던 29일 디씨인사이드 이해인 갤러리는 투표 독려를 위한 치킨 추첨 이벤트를 열었고, 당시 갤러리에 올라온 문자 투표 인증 게시물은 약 5,100여 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돌학교’는 최종 1위 문자 투표 수가 약 5,700표 정도인 소규모의 프로그램이며, 갤러리에 투표 인증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들 이외의 시청자들도 투표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체 집계라는 특성상 일부 중복 투표나 허위 게시물이 함께 계산됐을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2,300여 표의 차이가 상식적일 수 없다.

지난 2017년 10월 2일, 디시인사이드 아이비아이 마이너 갤러리에는 ‘아이돌학교’의 최종 데뷔멤버 선발 투표수 확인 요청 성명문이 업로드됐다. 이 성명문은 ‘아이돌학교’ 참가자 중 이해인, 유지나, 박소영의 온라인 선행평가 점수가 8회와 9회에 다른 수치로 표시된 점에 대한 해명, 갤러리에 올라온 문자 투표 인증 게시물 약 5,100개와 실제 방송에서 집계된 2,700여 표의 차이에 대한 해명 및 실제 유료 투표 수에 대한 자료 공개 요청, 그리고 건당 100원이었던 유료 문자 투표에 대한 환불 등을 요구했다. 또한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는 ‘아이돌학교’ 유료문자 투표에 대한 진실을 요구하는 청원 게시물이 5천 명의 참여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Mnet과 CP인 김태은 PD는 이에 대해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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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8’, 주시 아닌 간과
‘쇼미더머니 8’ 제작진은 출연자 킹치메인(정진채)이 대학 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해당 대학 학생회는 “사건 이후 피해자들은 그들을 학교에서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분노 또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해당 가해자가 대중 매체에 노출되어 피해자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피해자들 앞에 공공연히 나타나는 모습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라며 하차를 요구했다. 이에 제작진은 “본인이 ‘사과를 하고 잘 마무리됐다’라고 말했지만 예의 주시하며 살펴보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하며 추후 방송분에서 킹치메인의 출연 장면을 최대한 편집하기로 했다. ‘쇼미더머니’ 제작진은 줄곧 논란에 휘말린 출연자에 대해 “주시하겠다”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방송에 노출시켜왔다. 2017년 ‘고등래퍼’ 출연 당시 음주, 패륜 발언, SNS를 통한 성매매 시도 등 논란에 휩싸였던 노엘(장용준)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이후 ‘쇼미더머니 6’와 ‘쇼미더머니 7’에 참가자로, ‘고등래퍼 3’에서는 피처링을 위해 출연했다. ‘고등래퍼’ 출연 중 학교폭력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영비는 “제가 기억하는 친구에게 먼저 연락했지만 그 친구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더라. 친구가 사과를 받아줄 생각은 있지만 촬영 도중 받을 생각은 없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라면서도 출연을 감행했고 우승을 거뒀다. 이후 ‘쇼미더머니 6’와 ‘쇼미더머니 8’에 참가자로 출연해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쇼미더머니 8’의 제작진은 과거 학교폭력 논란에 휘말린 인물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제작진에서 관련된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고, 논란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시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과거 행적을 반성하고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제작진에게는 매체를 통해 가해자를 마주할 때마다 과거의 피해 사실을 상기하게 되는 피해자를 위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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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X101’ 조작 논란에 대한 억지 해명 및 무대응
“로또 아홉 번 연속으로 맞는 확률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계산이 됐다.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 최수영 아주대학교 수학과 교수가 Mnet ‘프로듀스X101’의 파이널 생방송 득표 수에 대해 한 말이다. 당시 ‘프로듀스X101’의 최종회 생방송에 진출한 연습생들의 득표 수는 1위와 2위의 득표차인 29,978표가 3위와 4위, 6위와 7위, 10위와 11위에 동일하게 나타났고, 4위와 5위인 득표차인 119,911표 역시 14위와 15위에서 같았다. 또한 각 멤버의 득표 수는 특정 상수 7494.44(총 득표수의 0.05%)에 계수를 곱해 소숫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값이었다. 이는 데뷔조 ‘X1’을 결정하는 파이널 문자 투표가 조작됐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7월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프듀X101’ 생방송 투표 조작에 대한 해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등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월 22일 Mnet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부적으로 데이터를 계속 확인해 봤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자 투표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조작도 없다. 여러 번 득표 차가 반복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게 있는 그대로의 점수라 할 말이 없다. 공식 입장을 내도 의혹이 사라지진 않을 것 같아서 따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을 것 같다.” (‘엑스포츠뉴스’) 누가 보아도 비상식적인 투표 집계 결과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점수”라고 억지 해명을 하는 데 그칠 뿐, 공식 입장을 내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은 것이다.

Mnet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7월 23일 ‘프로듀스X101’ 팬덤이 문자 투표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 소송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다. 같은 달 24일 Mnet은 뒤늦게 입장문을 통해 “해당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했고, 이 반올림된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되었던 것”이라면서 최종 순위에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시지 않자 Mnet은 26일 추가 입장문을 내고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라고 밝혔다. 결국 시청자 260명으로 구성된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진상위)는 8월 1일 CJ ENM 소속 제작진과 이를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소속사 관계자들을 사기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공동정범으로 고소 및 고발했다. 당시 진상위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마스트는 “결국 이 사건은 제작진이 최초부터 로우 데이터인 득표수만 공개했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안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net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국민 프로듀서’라는 말을 사용하며 시청자들을 끌어모았지만, 정작 투표권을 가진 이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려는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제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정말 조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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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원(X1) 활동 강행
“잘못이 있다는 비난은 우리가 받는 게 맞다. 엑스원 멤버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뉴스엔’) 지난 8월 31일, ‘프로듀스X101’ 데뷔조 엑스원의 데뷔 강행에 대해 Mnet 측이 밝힌 입장이다. 그러나 정말 Mnet이 멤버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로듀스X101’ 팬덤이 투표 조작 논란에 대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한 이후인 지난 7월 26일, ‘매일경제’는 Mnet 측 고위관계자가 최종 생방송에서 탈락한 출연자 9인의 소속사 관계자들을 불러들여 이번 투표 결과에 불만을 느끼는 연습생이 있다면 엑스원에 포함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당장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방송의 신뢰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탈락한 연습생과 데뷔한 연습생 모두에게 위험한 제안을 한 것이다. 또한 같은 달 29일, 생방송에 진출한 연습생 20명의 소속사 관계자들이 논의 끝에 엑스원을 데뷔시키기로 결정했을 당시,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Mnet 측은 이날 회동에 참석하지도, 추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활동 중 조작이 밝혀지면 그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멤버들에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당장 수익이 돌아오는 활동은 굳이 반대하지 않고 책임의 소지는 벗어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 측이 엑스원의 데뷔 강행에 대해 “시청자의 마음에 두 번 상처주는 일이며, 스스로의 프로그램 취지를 뒤집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조작 논란이 밝혀진 이후에도 Mnet 측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지속했다. 6일 안준영 PD가 ‘프로듀스48’과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 투표 결과 조작을 시인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프로듀스 48’을 통해 데뷔한 팀인 아이즈원은 11일에 예정됐던 컴백 쇼케이스를 취소했다. 반면 엑스원은 10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K팝 페스타 인 방콕’행사에 참석했고, 16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되는 2019 브이라이브 어워즈 ‘V 하트비트’ 참석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Mnet 측은 행사 하루 전인 15일에서야 "최근 여론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엑스원은 오는 11월 16일 열리는 2019 브이라이브 어워즈 ‘V 하트비트’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아울러 현재까지 계획된 추가 활동 일정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애초 ‘V하트비트’가 가입비를 낸 이들에게 선예매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사전 예매가 진행된 행사인 만큼 출연 취소가 어려운 일정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Mnet 측은 논란이 지속되는 동안 빠른 대처를 보여주는 대신 최대한 회피하다가 일정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 행사를 취소했다. 그로 인해 엑스원 멤버들은 아슬아슬한 활동을 이어가며 비판을 받다가 결국 중단하는 상황에 놓였고, 불안감 속에서 그 활동마저 기다리던 팬들은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됐다. “엑스원 멤버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라던 Mnet 측의 말은 진심이었을까.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논란으로 멤버들이 입을 위험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했다.

Mnet 악행전│② 투표조작부터 제작진 구속까지
‘프로듀스X101’ 제작진 구속

지난 5일, 안준영 PD와 김용범 CP가 사기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그리고 이날 제작진의 법원 출석 전 Mnet은 조작 논란 이후 처음으로 "‘프로듀스X101’을 사랑해주신 시청자와 팬, ‘프로듀스X101’ 출연자, 기획사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이 사과 드린다”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처음으로 정식 사과했다. 올해 7월 말 ‘프로듀스X101’ 팬덤이 진상규명위원회를 조직한 지 약 3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리고 지난 9일 ‘뉴시스’의 단독 보도를 통해 안준영 PD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 6개월 동안 강남지역 유흥주점에서 기획사 측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아왔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당시 그는 ‘프로듀스 101’과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투표 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으나, 14일에 두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조작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이로서 대중이 직접 아이돌 멤버를 선발하는 ‘국민 프로듀서’라는 개념으로 사랑받았던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정당성이 사라졌다. 또한 이를 통해 데뷔했던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그리고 엑스원은 조작된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팀이라는 오명을 짊어지게 됐다.

제작진들의 구속 이전에도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감출 수 없는 문제들은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이미 10월 1일에 CBS 노컷뉴스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프로듀스X101’ 데뷔조로 선발된 11명 가운데 일부 연습생의 최종 득표수가 실제로는 탈락군에 속했던 사실을 파악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고, 10월 3일에는 MBC ‘뉴스데스크’에서 경연 곡이 특정 연습생들에게 미리 유출됐다는 참가자의 증언을 다뤘다. 특히 10월 15일 보도된 ‘PD수첩’에서는 투표를 집계하는 PD가 현장 부조정실에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Mnet은 같은 시기에 논란의 중심인 오디션 프로그램 론칭을 홍보하고 있었다. 지난 10월 4일에는 글로벌 아이돌 TOO 데뷔조 10인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투 비 월드 클래스’의 제작발표회를 열면서 ‘공정성’과 ‘투명함’을 강조했고, 같은 달 21일에는 ‘10대가 부르고 10대가 직접 뽑는’ 경연 프로그램 ‘십대가수’의 지원자를 11월 24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Mnet은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강행할 뿐, 그들이 만든 문제에 대해서 책임지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14일에서야 관계자의 말을 통해 “엠넷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프듀’ 시리즈로 얻은 수익금을 돌려주는 방법까지 모색 중”(‘디스패치’)이라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이미 시청자들과 오디션 참가자들은 물론, 치열한 경쟁을 거쳐 데뷔한 멤버들까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Mnet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아보겠다는 심정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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