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사외이사 권한 강화…한진그룹의 '반쪽 개선'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9.11.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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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만 사외이사가 사추위 위원장 맡아-한진칼, ㈜한진 등은 각사 대표가 '위원장'

갈길 먼 사외이사 권한 강화…한진그룹의 '반쪽 개선'


한진 (21,100원 ▼50 -0.24%)그룹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뼈대로 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반쪽짜리'에 그쳤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장을 각사 대표가 여전히 맡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20,600원 ▼150 -0.72%)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지배구조 헌장을 제정·공표하면서 사추위 위원장 자격 요건을 '대표이사'에서 '위원회 선출'로 바꿨다. 사추위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이에 따라 사추위 위원장은 우기홍 대표이사에서 정진수 사외이사로 바뀌었다. 현재 이 위원회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정진수, 박남규, 임채민)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한진그룹 계열사 중 사추위 위원장 자격 요건을 바꾼 것은 '대한항공'뿐이라는 점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57,600원 ▼800 -1.37%)과 물류업체인 ㈜한진은 지난 2~3월 이사회를 열고 사추위를 새로 만들었다. 사추위는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총 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자산 총액이 한진칼이 2조166억원, 한진이 2조1495억원이다.

현재 한진칼의 사추위 위원은 조원태 회장, 석태수 대표, 사외이사 3명(이석우·주인기·신성환)이다. 사추위 위원장은 조 회장이 맡고 있다. 한진도 마찬가지다. 한진은 서용원 대표, 사외이사 2명(한강현·성용락)이 사추위 위원을 맡고 있다. 사추위 위원장은 서 대표다. 진에어 (13,410원 ▲140 +1.06%) 역시 사추위를 구성했지만 위원장은 공석이다. 위원장 선출 방법은 정하지 않았다는 게 진에어의 설명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심사위원 등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제26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시상식에 참석해 대상 수상자로부터 작품 설명(작품명 : 태양은 가득히, 미국 뉴욕)을 듣고 있다./사진제공=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심사위원 등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제26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시상식에 참석해 대상 수상자로부터 작품 설명(작품명 : 태양은 가득히, 미국 뉴욕)을 듣고 있다./사진제공=대한항공
재계에서는 사추위 설치 목적이 사외이사들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것인데, 회사 대표가 위원장을 맡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조 회장이 직접 사추위 위원장을 맡는 데다 서 대표 역시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서 대표는 대한항공에서 인사관리팀장, 노사협력실장, 인재개발관리본부장, 그룹경영지원실장, 수석부사장 등 인사, 법무, 대외부문 등 전형적인 관리업무에서 줄곧 경력을 쌓았다. 그는 조 회장의 총애를 받는 몇 안 되는 전문경영인이다.


주요 기업들은 사외이사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추위 위원장을 사외이사에 맡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사추위 위원장에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을 선임했다. 현대차 (251,000원 ▼1,500 -0.59%), 기아차 (116,200원 0.00%), 현대모비스 (245,500원 ▲2,000 +0.82%) 등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도 올해 초 사추위 위원장을 사내이사에서 사외이사로 바꿨다. 이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사추위 위원장 변경은 앞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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