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시위로 물든 이유는…'정치·경제 불안의 함수'

뉴스1 제공 2019.11.1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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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소비자 연대 주목…BBC는 불평등 집중
NYT "홍콩 경기침체 맞았어도 극복할 강점 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전 세계에서 민심이 불타 오르고 있다. 홍콩, 레바논, 스페인, 칠레, 볼리비아까지 세계 곳곳에서 최근 몇 주 사이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중이다. 시위 배경부터 양상과 방법, 목표는 구체적로 들여다보면지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시위가 우연의 일치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 BBC,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은 글로벌 시위의 공통분모에 주목하며 현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 "SNS 연대…소비자들의 봉기"

블룸버그는 최근 "전 세계 시위들이 공통된 배경이 있고 시위 확산에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매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글로벌 시위의 한 가지 테마는 물가 상승. 에콰도르는 연료 보조금 폐지, 레바논은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세금, 수단은 식품 및 연료 보조금 금지, 칠레는 지하철 요금 인상이다.

과거 시위는 '노동자'가 중심이 됐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정점에 있다. 물가 상승의 고통을 받는 소비자들은 서로 다른 직업을 가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연대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나가 되고 있다. 물가상승이라는 불만을 공유하고 다수가 시위에 동원될 수 있는 모습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동원된 소비자 시위는 좌우의 이념에서 벗어나 있다. 그 만큼 시위대 규모는 커지겠지만,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도 실망으로 이어지기 일쑤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 불평등·소득불균형·부패·정치적 자유·기후변화

BBC는 '전 세계에서 비슷한 이유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으며 시위를 조직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까지 각국 시위가 보이지 않는 연대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세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위대는 Δ불평등 Δ소득불균형 Δ부패 Δ정치적 자유Δ기후변화 같은 이슈로 서로 묶여있다고 평가했다.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와 같은 남미 각국과 레바논, 이란, 이라크, 이집트 중동 일대에서는 불평등, 소득불균형, 부패 이슈가 공통적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레닌 모레노 대통령의 기름값 2배 인상 등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을 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유류보조금 등 예산 삭감을 조건으로 3년간 42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지난 9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레닌 모레노 대통령의 기름값 2배 인상 등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을 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유류보조금 등 예산 삭감을 조건으로 3년간 42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지난달 에콰도르에서 시작된 시위는 수십년동안 지속됐던 연료보조금 폐지로 촉발됐다. 보조금 폐지로 휘발유 급등, 교통 및 식품 비용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반정부 시위로 퍼졌다.

칠레도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칠레는 남미에서도 부유한 국가에 속하지만 빈부격차 역시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다. 소득 불균형 수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코스타리카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볼리비아에서는 원주민 출신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 의혹으로 시위가 일어났다. 모랄레스가 멕시코로 망명했고 우파 성향의 의회 부의장이 후임을 선언했지만 임시정부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하지만 볼리비아의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역시 빈부 격차라고 BBC는 지적했다. 지난 2년 동안 볼리비아 극빈층은 계속해서 늘었다.

중동 역시 '제2의 봄'마저 연상되는 분위기다.

레바논에서는 정부가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왓츠앱 등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과도한 세금 인상안이 나왔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일어나 이른바 '왓츠앱 혁명'이 일어나면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앱 과세 방안을 내놨던 총리가 물러나고 새 정부 구성이 시작됐지만 소요는 계속되고 있다.

이란에서는 휘발유 가격인상으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라크 역시 16년 동안 이어진 전쟁과 무능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18일 오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최루탄을 피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18일 오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학생들이 최루탄을 피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 "경기침체 빠졌지만…홍콩, 위기 이겨낼 강점 있어"

홍콩 시위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정치와 사회 불안은 곧 경제 불안과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중국 대륙 본토로 범죄인이 송환될 수 있다는 우려로 촉발됐다. 송환법이 철폐됐지만 홍콩에서 정치적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면서 시위는 더욱 격렬해졌다. 홍콩 시위 현장에 대륙의 인민해방군이 등장하면서 유사시 시위 진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은 원래 경제가 어려웠던 곳은 아니지만 반년째 계속되는 시위로 경기침체(recession)에 빠졌다. 정치적 불안이 경제 위기를 불러온 셈. 인민군 진압 가능성에 홍콩을 찾던 사치품 관광객은 자취를 감췄고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불리던 홍콩의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NYT는 그러나 홍콩 경제가 시위로 성장을 위협받고 있지만 그 위협을 이겨낼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봤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홍콩을 중국 본토로 가는 관문으로 여기며, 중국 정부 역시 홍콩을 나머지 세계로 가는 관문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에서 자본과 정보가 홍콩만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대안은 사실상 없다. 일례로 홍콩 달러화는 미국 달러화에 연동되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에 비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국제사회는 평가하고 있다. NYT는 따라서 중국은 이러한 홍콩의 역할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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