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홈쇼핑 송출료 갈등, 정통부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9.11.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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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정부가 시장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야하는지는 경제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그러나 기업 활동이 자칫 독과점이나 불균형으로 이어져 '시장실패'가 초래되는 상황이 명확한 경우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최근 홈쇼핑과 IPTV(인터넷TV)간 송출수수료 분쟁이 여기에 딱 들어 맞는다. 정부는 사적계약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에 거리를 둬왔다. 그 사이 IPTV 업체들이 덩치를 키우면서 홈쇼핑업체를 압박해 송출수수료가 폭증했다. 실제 홈쇼핑사 매출이 수년간 정체상태인데 반해 5년전 1조 원 수준이던 송출수수료는 지난해 1조 6337억원까지 늘었다. 홈쇼핑사의 판매수수료(제품을 판매한 마진)에서 송출수수료 비중은 53.3%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고 최근 5년간 IPTV의 송출수수료는 평균 42% 증가했다.



홈쇼핑과 IPTV의 송출수수료 협상이 올들어 파행을 거듭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IPTV업체들이 전년대비 20% 이상 인상안을 제시하자 한 홈쇼핑사는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방송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을의 입장인 홈쇼핑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코너로 몰린 것이다. 게다가 최근 IPTV는 케이블방송사(SO)들을 잇따라 인수하며 지배력을 키우고 있다. 홈쇼핑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안그래도 매년 치솟는 송출수수료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SO마저 집어삼킨 거대 IPTV들과의 마주할 협상테이블이 더욱 두려워진 것이다.

홈쇼핑업체에 송출수수료는 아킬레스 건과 같다.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만큼 중소 협력사로 부담이 전가되고 이는 결국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가성비 높은 제품을 판다"는 홈쇼핑의 장점은 사라지고 고객들도 떠나게 된다. 홈쇼핑업체가 쓰러지면 납품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하루아침에 중요한 판로를 잃게 된다. 송출수수료가 전체 매출의 20%가 넘는 IPTV로서도 제 발등을 찍는 격이다. 송출 수수료 문제를 방치하면 유료방송 생태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 때문이다.



최근 유료방송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홈쇼핑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키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과기정통부는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을 명확히하고 업체간 분쟁해결을 위한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는데 전향적인 입장변화다.

앞서 공정위는 IPTV와 SO간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면서 플랫폼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송출수수료를 크게 인상할 우려가 있다며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최종 합병심사 과정에서 이같은 지적을 면밀히 살펴 IPTV와 홈쇼핑간 공생의 길을 찾아야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다.
조성훈 산업2부 차장조성훈 산업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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