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우리나라 소득세법은 소득세의 납세의무자를 판정하기 위해 거주자와 비거주자라는 개념을 두고 있는데,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둔 개인’이고, 비거주자는 ‘거주자가 아닌 개인’이라고 정의한다(소득세법 제1조의2 1, 2호).
소득세법 시행령은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주소란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한다’고 하면서, ‘계속해서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와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 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국내에 주소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2조).
그런데 이러한 소득세법에 의한 납세의무자의 확정은 순수하게 우리 나라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고, 외국에서는 또 그 나라의 시각에서 납세의무자인지를 판정하기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관련된 나라에서 모두 납세의무자가 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A는 중동의 B국으로 출국하여 회사를 설립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었으나, 국내에서도 아파트를 소유하면서 주민등록까지 유지하였고, 그 아파트에는 부인과 딸, 처남 등이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A는 6년간 25회에 걸쳐 국내에 입국하였는데, 입국하면 위 아파트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국내에 임야 등도 소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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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B국에서 번 소득은 대부분 국내 가족들에게 송금하고 있었다. 앞서 본 우리나라 소득세법에 의하면 A는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 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 해당하여 국내거주자에 포함될 여지가 있게 되었다(당시 적용되는 소득세법령은 현재의 183일이 아닌 1년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로 규정).
문제는 A가 주된 사업을 영위하는 B국의 소득세법에 의할 때 그 나라의 거주자로서 납세의무자에 해당하였다는 점이다. 즉, A는 우리나라와 B국 모두에서 소득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 것이다.
위 사례에서 최근 법원은 ‘납세의무자가 국내거주자인 동시에 외국거주자에도 해당한다면 그 외국과 체결한 조세조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어느 국가의 거주자로 간주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A는 우리나라가 B국과 체결한 조세조약에 의할 때 B국의 거주자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A가 국내거주자임을 전제로 부과한 종합소득세부과처분을 취소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 8. 30. 선고 2019누30647 판결).
조세는 국가 재원의 핵심이므로 소득이 발견되는 경우 관련된 나라는 어떻게든 자국이 과세권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허나 욕심만 앞세워서는 안될 일이다.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룰과 규칙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외,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납세 의무에 있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갖게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어느 국가에서 세금을 납부하라는 전화가 걸려올지 몰라 전전긍긍 한다면 글로벌 경제체제하에서 안정적으로 국내외에서 직업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수행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이 소득세법의 복잡한 규정에 통달하고 조세조약까지 섭렵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므로, 혹 조금이라도 의문이 있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뒤늦은 후회를 피하는 길이 될 것이다.
오태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