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은 왜 불출마 택했나…'정치' 근본적 고민한 '86리더'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11.1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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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운동권 불신 책임감-평화 역할론 의식…'실력으로 복귀' 의지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2018.09.17.  myj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2018.09.17.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단순 '출마냐 불출마냐'의 문제를 넘어 '정치를 한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임 전 실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공동번영. 제겐 꿈이자 소명인 그 일을 이제는 민간 영역에서 펼쳐보려 한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최근 사람들을 만나면 자신의 앞날과 관련한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출마' 여부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와 가까운 이들도 불출마 소식을 페이스북과 뉴스로 접했을 정도다.

솔직·담백한 화법의 소유자인 임 전 실장의 스타일을 볼 때 입장문 그대로 이해하는 게 맞다는 분석이 우선 나온다. 그의 고민이 말 그대로 '남북평화에 역할을 하기 위해 반드시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이 필요한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의 향후 역할은 자신의 언급처럼 "서울과 평양을 잇는 많은 신뢰의 다리를 놓는 것"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중심으로 활동할 게 유력하다.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정계은퇴는 아닌 이유다. 임 전 실장은 '민간 영역'을 거론했지만 남북평화와 관련된 일은 사실상 정치적 행위와 다름없기 때문.

특히 임 전 실장의 경우 남북관계 분야에 있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다. 남북 접촉 때마다 북측 인사들이 정부 관계자들에게 임 전 실장의 안부를 물어올 정도다. 남북관계에 따라 언제든 '임종석 재등판'이 거론될 여건은 충분하다.


동시에 그의 불출마가 현재 여당의 상황과 맞물린 '정치적 결단'이었다는 말도 들린다. 여권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굉장히 복잡한 고민을 해왔다"며 "최근 자신이 내년에 출마하는 게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비춰질 것인지까지도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국 사태'로 젊은 층을 기반으로 한 '공정 가치'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이른바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시점에서,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리더격인 자신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책임을 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2000년에 만34세의 나이로 16대 국회의원이 됐다"며 "대선 캠페인부터 비서실장까지 문재인 대통령님과 함께 한 2년 남짓한 시간은 제 인생 최고의 기쁨이고 보람이었다"고 밝혔다. 젊은 나이부터 국회의원을 했고,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역임한 자신이 누려온 '기득권'을 모두 언급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서 이같은 온도를 느낄 수 있다.

임 전 실장의 결단에 따라 86그룹 출신들에 대한 용퇴론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적극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공정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임 전 실장의 결단은 '지금은 물러설 때지만, 시대가 원하면 다시 돌아오겠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여당에 대한 불신에 책임이 있는 세대의 일원으로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낸다면 언제든 돌아올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86운동권'이라는 기득권을 유지하기 보다, 현재 시점에서 정치적 책임을 다한 후, 자신만의 '실력'으로 다시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단인 셈이다.임 전 실장이 '정치를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온 것의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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