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노란조끼' 시위 벌써 1년…규모 줄었지만 충돌은 격화

뉴스1 제공 2019.11.1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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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돌 던지고 방화…경찰 물대포·최루탄 대응
르몽드 "공공서비스 부족, 정치 소외에 국민 분노"

1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1주년 시위가 열렸다. 한 시위 참가자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얼굴에 악당 캐릭터 '조커'를 합성한 그림을 치켜들고 있다. © AFP=뉴스11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1주년 시위가 열렸다. 한 시위 참가자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얼굴에 악당 캐릭터 '조커'를 합성한 그림을 치켜들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조치 반대로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가 1주년을 맞았다. 지난해보다는 수가 줄어들었지만 최근 몇달새 처음으로 심각한 충돌이 발생하면서 일부 시위 참가자와 프리랜서 기자들이 다쳤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노란 조끼' 1주년 시위에서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주최 측은 전국에서 약 4만명이 모였다고 전했으나 내무부는 시위에 2만8600명 정도가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가장 규모가 컸던 작년 11월17일 시위에서는 28만2000여명이 참가했었다.



이날 파리 남동부 플라스 디탈리 광장에서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몇몇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시위대는 돌을 던지거나 쓰레기통을 불태우고 차를 전복시킨 후 불을 놓았고, 이에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최루탄을 던지며 대응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8시까지 파리 전역에서 147명을 체포했으며 이 가운데 129명이 구속됐다고 밝혔다.



프랑스 '노란 조끼' 1주년 시위 현장 © AFP=뉴스1프랑스 '노란 조끼' 1주년 시위 현장 © AFP=뉴스1
이날 오후 디디에 랄레망 파리 경찰서장은 시위대가 경찰과 소방대에 체계적인 공격을 가한다고 비난하며 시위를 금지했다. 한 시민은 AFP에 "시위를 금지한 것은 정말 한심하다"며 "국가가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 외 다른 도시에서는 시위 규모나 충돌 상황이 비교적 작았지만, 보르도와 툴루즈, 낭트와 리옹에서도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엘라베 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5%가 노란 조끼 시위를 지지하거나 동정심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다만 응답자 63%는 시위가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처음 노란 조끼 시위가 대규모로 진행되자 마크롱 대통령은 계획한 유류세 인상 조치를 철회하고 수십억유로 상당의 주정부 보조금을 지원하고 세금을 감면할 것을 약속했다. 시위대가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후 약 두달에 걸쳐 '대토론'이라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프랑스 '노란 조끼' 1주년 시위와 진압하는 경찰들 © AFP=뉴스1프랑스 '노란 조끼' 1주년 시위와 진압하는 경찰들 © AFP=뉴스1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월 중산층 감세와 탈세 단속, 지방정부에 대한 재투자 등 여러 유화책을 발표하며 시위대를 달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정년을 늦추고 연금제도 개혁을 추진해 또 다른 반발에 부딪칠 듯하다. 다음 달 5일 파리 지하철과 국가철도, 항공지상직원 등 주요 교통운송 노조가 파업을 예고해 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지난 14일에는 응급실 등에서 일하는 의료진 수백명이 파리 의료예산 삭감을 비난하며 시위를 벌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즉각 이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하며 개혁안 일부 사안에 대해 양보할 의사를 내비쳤다.

르몽드신문은 사설에서 "거리가 다시 한번 복수로 불타오르고 있다"며 "노란 조끼 운동은 공공 서비스 부족과 민주주의 절차에서 대표성을 획득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일부 프랑스 국민들의 분노"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이 운동이 대체로 상징적일 뿐 실제 정치 지형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노란 조끼 운동이 거리에만 머물 뿐 주류 정치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WP는 "노란 조끼 후보자들은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두었다"며 "2020년 3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 '노란 조끼' 투표 전망을 논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프랑스 '노란 조끼' 1주년 시위 현장 © AFP=뉴스1프랑스 '노란 조끼' 1주년 시위 현장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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