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선언' 김세연 "한국당 해체해야, 다 물러나자"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9.11.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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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개혁 PK 3선 김세연 전격 불출마…"한국당 수명 다해, 존재 자체가 민폐"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자유한국당 내 대표적 개혁인사로 꼽히는 3선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이 내년 총선에서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교적 젊은 영남권 중진의 불출마 선언이라 당내 파장이 클 전망이다. 특히 김 의원이 한국당의 해체, 당 지도부의 동반 사퇴 등을 주장해 보수 대통합과 맞물린 당 안팎의 인적 쇄신 요구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고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정파 간의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 혐오증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며 "인간사회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권력에 집착하는 인간의 본능과 그 탐욕의 민낯이 보기 싫어 눈을 돌리려 해도, 주인공과 주변 인물만 바뀐채 똑같은 구조의 단막극들이 무한반복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며 "내일 모레 50세(1972년생)가 되는 시점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니, 이제는 정치에서는 그칠 때가 됐다"며 "권력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된 사정"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새누리당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친박(친박근혜) 등 계파 소속 의원들의 집단 행동을 막지 못한 점도 떠올렸다. 김 의원은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동료들에 의해 난도질 당하고 물리고 뜯겼는데 저는 회의 막바지에 소극적인 반론을 펴는데 그쳤다. 후회한다. 비겁했다"고 말했다.

이어 "18대 국회 한나라당 의총에서, 19대 국회 새누리당 의총에서, 청와대 지시 받고 떼 지어 발언대로 몰려나오는 그 행렬을 용기 있게 막아서지 못했다"며 "또 다시 후회할 일을 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현주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며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고 말했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 "생명력을 잃은 좀비같은 존재라고 손가락질 받는다"라는 표현도 썼다.

김 의원은 "창조를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필요하다"며 "깨끗하게 해체해야 한다. 완전한 백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동반 사퇴도 주장했다. 김 의원은 "황교안 당 대표님, 나경원 원내대표님,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시면서 당을 이끌고 계신 점, 정말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그러나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시고 우리도 다같이 물러나야만 한다. 모두 깨끗하게 물러나자"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민들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계신다"며 "책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함께 물러나고 당은 공식적으로 완전하게 해체하자"고 거듭 주장했다.

또 김 의원은 "경험 있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거나 새로운 사람은 경험이 모자라서 안 된다고 반론을 펴고 싶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지금은 경험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는 시대다. 오만과 간섭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정계를 떠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원래 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며 "비록 공적인 분야에 있지 않더라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공적 책무감을 간직하면서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데 미력이지만 늘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5선 의원을 지낸 김진재 전 동일고무벨트 대표이사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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