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도 늙어간다…정년연장 속도전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19.1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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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해외경제포커스…고령화사회→고령사회 소요기간 프랑스 115년·아세안 22년

/자료=한국은행/자료=한국은행


인구고령화 문제가 현실로 닥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정년연장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한국은행 조사국 박재현 과장, 박 진 조사역이 쓴 '해외경제포커스:동남아시아 주요국의 정년연장 추진 현황 및 배경'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싱가포르, 베트남 등 정부는 정년연장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현재 62세인 정년을 2022년까지 63세, 2030년까지 65세로 연장하는 식(싱가포르)이다.

이들 국가는 일손부족 문제가 머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년연장에 적극적이다. 2019년 기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의 출산율(명)은 각각 1.2, 1.5, 2.0으로 인구유지 수준(2.1)을 밑돌고 있다. 싱가포르와 태국은 각각 2020년, 2025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국가들의 고령화 속도는 가파르다. 유엔(UN)에 따르면 국가별로 65세 이상 인구비중이 7%(고령화사회)에서 14%(고령사회)가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프랑스가 115년, 미국이 69년, 일본·중국이 26년이다. 반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22년, 싱가포르는 20년에 불과하다.

노후빈곤과 연금고갈 문제도 이들 국가가 정년연장을 추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동남아 주요국 중 공적연금 가입비중(노동인구 대비 가입자 비율)이 가장 높은 싱가포르(61.2%)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5.7%)에는 크게 못 미친다. 베트남의 경우 공적연금 가입비중이 30%도 안 된다.



태국 정부는 올해 공적연금 고갈시기를 2036년으로 전망했다. 베트남은 2045년(IMF 전망)으로 예상된다. 태국은 정년연장과 연금수령 개시 연령, 연금기여율 인상도 함께 추진중이다.

정년연장에 따르는 걱정도 있다. 기업의 비용부담이 늘어나고, 청년실업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보고서는 "동남아 주요국은 대체로 직무·성과급 비중이 커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체로 청년실업에 대한 우려가 덜한 국가에서 정년연장 논의가 활발하고 빠르게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을 크게 상회하는 말레이시아(11.7%), 필리핀(13.4%) 등은 정년연장 논의에 신중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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