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2019.8.7/사진=뉴스1
일단 잇따른 수출승인을 일본 정부의 근본적 입장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보다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서 불리한 판단을 피하기 위한 제한적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양국은 내주 WTO 2차 양자협의에서 다시 맞붙는데, 여기서 합의하지 못하면 재판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로 전환한 이후 액체 불화수소 수출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수출은 지난 8월 허가했지만, 액체 불화수소는 승인하지 않았다. 불산액은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에칭가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쓰이는 필수 소재이기 때문에 우리 업계는 생산 차질에 대비해 재고관리와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나와야 할 허가가 나온 것"이라며 "허가를 내줬다는 사실 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WTO '2차 양자협의'가 분수령…입장 변화 가능성은 낮아
정해관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이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정해관 신통상질서협력관을 수석 대표로하는 한국은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수출제한조치와 관련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에 대해 일본과 국장급 양자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2019.10.10.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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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협의는 일본 수출규제 사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만남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정부는 WTO에 재판 절차 시작인 패널 설치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사태 장기화는 불가피하다. WTO 패널 절차는 통상 1~2년 걸리고, 상소에 들어가면 3년 이상 장기화할 수도 있다.
당초 일각에선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나눈 '11분 회담'을 근거로 양국 관계 개선 무드가 배경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정부 안팎의 전망은 그 정도로 밝지는 않다. 수출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사실상 한 묶음으로 연결돼 있어 우리 측이 주장하는 '원상회복'을 일본이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상황을 전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일본 측의) 전면적인 변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커다란 입장 변화를 기대하진 않지만 (정부도) 나름대로 대화를 계속하기 위한 제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