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족, 결승은 필승!" 이승호, 첫 일본전은 성장통 [프리미어12 현장]

OSEN 제공 2019.11.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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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족, 결승은 필승!" 이승호, 첫 일본전은 성장통 [프리미어12 현장]




[OSEN=도쿄(일본), 조형래 기자] “내가 부족한 경기였다. 결승전은 우리가 이길 것이다”


첫 한일전의 무게를 쉽게 이겨내지 못했다. ‘2019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투수조의 막내, 이승호(20)의 성인 국가대표 첫 선발 무대였던 한일전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승호는 지난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최종전 일본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2이인 8피안타 1볼넷 1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8-10으로 끝나며 승부가 뒤집어지지 않았고 이승호는 첫 성인 국가대표팀 무대의 첫 선발 등판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이승호에게는 홀가분할 수도,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선발 등판이었다. 앞선 15일 한국이 멕시코를 잡으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면서 결승전 진출까지 확정을 지었다. 16일 슈퍼라운드 한일전 자체가 그리 힘을 쓸 필요가 없는 경기가 됐다. 그러나 숙명의 라이벌인 일본과의 경기는 ‘한일전’이라는 이름 자체가 무겁고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기였다. 이승호의 첫 선발 등판 무대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승호는 1회부터 꾸역꾸역 버텼다. 2사 1,3루의 위기를 넘겼지만 2회 2사 후 첫 실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3회 집중타를 얻어맞고 조기 강판을 당하는 운명과 마주했다.


그러나 이승호는 숙명의 한일전 패전 투수라는 결과와는 다르게 씩식했다. 일단 한일전 등판 경험 자체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이승호는 “좋은 결과가 안나와서 많이 아쉽긴 하다.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야구를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첫 한일전 선발 등판의 소회를 전했다.


사실 이승호의 선발 등판은 갑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앞선 15일 멕시코전 승리가 결정이 되고 난 뒤에 선발이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올림픽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양현종이 선발 등판 예정이었다. 하지만 모든 궁극적인 목표가 달성이 되자 이승호에게 기회가 왔다.


“어제(15일) 갑작스럽게 선발 등판 얘기를 들었다”고 운을 뗀 이승호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것은 상관 없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고, 긴장도 덜 됐다”며 등판 전까지의 기분을 전했다. 결과적으로는 뜻 대로 풀리지 않았던 경기.


그는 “그런데 모든 것이 잘 안됐다. 내가 부족했다. 준비를 더 잘했으면 충분히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다. 한국에서 하는 경기보다 위압감도 없었다”면서 “진짜 한국팀이 더 잘하는 것 같다. 내가 시즌처럼 준비만 잘 했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은 있다”고 이를 악물었다. 한국시리즈 등판 경험까지도 있는 이승호의 씩씩한 자세였다. 


한일전이라는 무대를 준비를 했겠지만 그래도 말로 전해듣는 것과 경험을 한 것의 차이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팀 좌완 투수의 터줏대감인 양현종, 김광현 모두 이승호에 대해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좋다”고 말했지만, 한일전을 앞두고는 두 선수 모두 이승호에게 쉽게 조언을 건네지 못했다. 잔소리이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이승호는 한일전에 대한 궁금증들을 해소하기 위해 등판 전에도 조언까지는 아니더라도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그는 “형들 모두 한일전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씀해주셨다. 잘 던지지 못했을 때 ‘어떤 게 좋은 경험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잘 설명을 해주셨다”면서 “다음 시즌도 그렇고, 야구 하면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도 그렇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일본 타자들에 대한 인상은 강렬했다. 이승호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집중타가 터졌다. 그는 “실투가 많긴 했다. 누구 하나가 뛰어나다기 보다는 다들 이 실투를 놓치지 않을 정도로 잘 치는 타자들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승호가 난타를 당하고 내려간 뒤 그대로 경기가 끝났으면, 이승호도, 대표팀 전체도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타자들이 맹렬한 추격에 나섰고 완패가 아닌 석패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승호는 이제 더 이상 등판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타선의 추격 분위기에 이승호 역시 ‘원 팀’의 마음으로 실망감 대신 자신감을 얻었다. 그는 추격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사실 오늘 경기의 무게가 그리 크지 않았다. 아마 형들이 내일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결승전은 우리가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응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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