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활개 ERP 시장 토종 핀테크로 날개…시장 '콕' 찍었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1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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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핀테크 선도 더존비즈온, ERP 국내 매출 2위·고객수 1위…안정적 성장 매력 부각…신고가 행진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최근 증권가에서 미래 성장 테마로 꼽는 산업 중 하나가 핀테크(Fintech)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정보통신(ICT) 기술을 금융에 접목시킨 신기술이다.



과거 핀테크가 온라인을 이용한 송금·결제 등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모바일을 이용한 간편결제, 재무설계, 자산관리, 대출, 보험, 금융상품 판매 등 금융업 전 영역으로 확대되는 중이고 그 활용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핀테크가 적극 활용되는데 대표적 분야가 회계, 세무, 인사 등 회사의 자원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인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 관리)다.

증권가에서는 ERP 분야에서 선도 업체인 더존비즈온 (55,200원 ▼1,700 -2.99%)을 주목한다. 대규모 고객확보, 혁신적인 사업모델, 차별화한 빅데이터 등 핀테크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요소를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외산제품 점령한 ERP 시장 국내 독보적 업체
ERP란 기업의 생산과 물류, 재고, 영업, 구매, 재무, 인사, 회계 등 기업 경영과 관련한 각종 활동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업의 구매 담당자들은 ERP를 이용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재고를 관리하고 회계 담당자들은 각종 비용 처리, 입·출금 등을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기업의 효율적인 자원관리를 위해선 ERP 사용이 필수적이다. 전사적 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한 번 쓰기 시작한 ERP는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웬만하면 다른 업체 ERP로 바꾸지 않는다.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도 일찍이 ERP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외국 업체들의 ERP가 점령하고 있는 상태다. 외산 제품 점유율이 높고 신규 업체의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국내 ERP 업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더존비즈온은 이 같은 악조건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활약하고 있는 토종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IDC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매출액 기준으로 외국 업체 SAP의 점유율이 49.7%를 차지했고 더존비즈온이 17.6%로 그 뒤를 이었다. 삼성SDS나 LG CNS 등 국내 대기업도 ERP를 공급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미미하다.

더존비즈온은 ERP 전문 기업으로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중소·중견기업을 적극 공략한 것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더존비즈온의 ERP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데 △중소기업용 회계프로그램 '더존 Smart A(스마트 에이)' △기업용 표준형 ERP인 '더존 iCUBE(아이큐브)' △기업용 확장형 ERP인 '더존 ERP iU(아이유)' 등이 주력 제품이다.

Smart A는 회계기능 중심으로 구성된 가벼운 버전의 ERP다. 재무회계, 세무신고, 인사·급여관리, 물류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데 현재 약 11만 중소·중견기업에서 사용 중이다.

iCUBE는 기본적인 회계 프로그램뿐 아니라 영업, 생산, 외주, 구매·자재, 경영정보, 공사현장까지 광범위한 영역의 경영활동을 총괄적으로 지원한다. 지난해 말 기준 iCUBE 도입 기업은 1만6031곳이고 이를 사용하는 실무자는 19만여명에 달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용으로 만들어진 iU는 기업의 비즈니스 환경과 업무 특성 등을 분석해 각 기업에 맞는 최적의 관리기능을 제공하는 맞춤형 ERP다. 현대자동차그룹, 신세계, 맥도날드, 메리츠화재 등을 비롯해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 중견기업 4000여 곳이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고객·사업모델·빅데이터…핀테크 성공 3요소 갖춘 더존비즈온
증권업계에서는 핀테크 사업의 성공 요건으로 고객, 사업모델, 빅데이터 3가지를 꼽는데 더존비즈온은 이 3가지를 두루 갖춘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첫번째 요인인 고객은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대규모 고객을 얼마나 확보했느냐 여부다. 특히 ERP는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대규모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더존비즈온은 Smart A 11만곳, iCUBE 1만6000곳, iU 4000곳 등 ERP 고객 13만여곳을 확보하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국내 점유율 2위지만 확보고객수는 가장 많다.

기존 ERP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한 새로운 ERP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어 고객 확장성도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더존비즈온이 최근 새로 출시한 신상품인 '위하고'(WEHAGO)는 회계업무만 지원하던 가벼운 버전의 ERP(Smart A)에 이메일, 메신저, 화상회의 솔루션 등 커뮤니케이션 도구와 워드프로세서 등 오피스 도구를 결합한 플랫폼이다.

위하고는 현재 일반기업용 위하고와 세무회계사무소용 '위하고 T'(티), 세무회계사무소의 수임업체가 사용하는 '위하고 T edge'(티 엣지) 3가지가 있다. 이중 신규 고객 확장성이 기대되는 상품은 '위하고 T'와 '위하고 T edge'다.

세무회계사무소는 '위하고 T'를 이용해 수임업체의 세무회계 업무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고, 수임업체는 '위하고 T edge'로 세무회계사무소가 정리한 회사의 경영·자금 현황을 간편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위하고 T'는 지난 6월 출시 이후 현재 약 2000곳이 가입했는데, 전국의 세무회계사무소가 약 1만2000곳임을 감안하면 향후 성장성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세무회계사무소들이 관리하는 수임업체는 200만곳에 달해 이들 모두 더존비즈온의 잠재 고객이라 할 수 있다.

핀테크 사업의 또 다른 성공 요건인 사업모델과 빅데이터는 기존 금융업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과 수 많은 금융 관련 데이터들을 분석해 고객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더존비즈온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로 '실시간 회계 빅데이터를 이용한 AI(인공지능) 신용정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 5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주목받았다.

그 동안 외부 회계감사 대상이 아닌 중소기업들은 회계 정보가 불투명하고 신뢰성이 떨어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어려운 점이 많았다. 'AI 신용정보 서비스'는 더존비즈온의 ERP를 사용하는 기업들의 회계 정보를 AI기법으로 분석해 해당 기업의 신용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한다. 수십년 간 쌓여 온 기업들의 회계 빅데이터를 새로운 수익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현금이 필요하지만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더존비즈온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신고가 기록…증권가는 목표주가 줄상향
신성장 산업인 핀테크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매년 안정적 실적 성장을 이뤄내면서 증권시장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올 들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더존비즈온은 지난 8월13일 서울 중구의 부영을지빌딩을 4500억원에 매입한다고 공시하면서 유동성 우려로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점차 회복돼 지난 6일에는 장중 8만1600원으로 신고가를 찍으며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올해도 실적 증가세는 이어진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616억원, 영업이익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4.7%, 27.7% 늘었다. 누적 기준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4.9% 증가한 1852억원, 영업이익은 25.2% 늘어난 425억원을 기록했다.

내년에는 위하고와 함께 새로운 플랫폼인 'EBP'와 'D_ERP'로 실적이 한 단계 점프할 것으로 기대된다. EBP는 기본 ERP인 iCUBE와 전자결재, 메일, 메신저, 업무관리 프로그램인 그룹웨어를 결합한 서비스다. 대기업용 D_ERP는 개별 기업과 그룹의 계열사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위하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매출채권 유동화 서비스도 새로운 매출로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들도 더존비즈온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조정하고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위화고, D_ERP, EBP, 이커머스 사업이 모두 본격화하며 실질적인 빅데이터 사업 확장이 시작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7만5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상향했다.

서형석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4 차산업 대표기업으로 성장하는 잠재력과 성장성의 프리미엄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기존 7만7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상향한다"며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성공적 비즈니스 모델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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