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1년전 물 주입 멈췄다면 발생 확률 1%로 낮췄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9.11.15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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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사전 경고 10차례 있었지만 무시

2017년 11월 포항지진/자료사진=뉴스12017년 11월 포항지진/자료사진=뉴스1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은 지열발전 실증연구를 위한 물 주입을 멈췄다면 발생 확률을 1~3%로 낮출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르게 사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이 15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 대연회장에서 개최한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포항지진 발생 1년 전(2016년 12월23일)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열발전 실증연구용 유체주입을 멈췄다면 포항지진 발생확률을 1%로 낮출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2017년 4월 15일 규모 3.3 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유체주입을 중단했다면 발생 활률을 3%로 낮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 3월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 활동으로 촉발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심포지엄에선 포항지진이 일어나기 2년 전 지진 발생과 관련해 10차례 이상 경고 신호가 있었지만 모두 무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포항지열발전소의 부지선정, 지열정굴착, 지열저류층 형성 등의 모든 단계에서 10차례 이상의 경고음이 있었으나 모두 무시됐다”면서 미숙한 안전관리 체계, 관련자들의 소통 부재 등이 포항지진을 촉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데라카와 도시코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포항지진과 여진을 이용해 3차원 응력변화와 유체압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주입정과 본진 위치를 중심으로 수 ㎞까지 유체압이 정수압을 초과해 증가했다”며 “특히 단층 아래쪽에서 유체압이 집중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의 지열발전을 비교한 시마모토 일본 교토대 교수는 “대도시 인근에서 대규모 단층대에 물을 거의 직접적으로 주입한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부지열발전 개발에는 지진·지질자료 분석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포항지열발전소 실증사업에는 지진학자와 지질학자의 기여가 거의 없이 공학적인 측면만 강조된 것이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태성 부경대 교수, 이준기 서울대 교수는 포항지열발전소 인근에 23대의 지진계를 설치해 여진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여진 발생횟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고 있어 향후 지진발생 위험성은 낮다”며 “지반 안정화를 위해 앞으로 중장기적 지진 및 지하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포항지진과 여진의 3차원 시공간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포항지진의 단층은 1개의 주분절과 4개의 부수분절로 구성돼 매우 복잡한 구조를 이뤘다”며 “이 분절들은 본진 발생 이후 1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전파(성장)돼 유체가 단층대에 직접 주입될 경우 적은 주입양으로도 규모가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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