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자금 받으려면 친환경 인증해와" 유럽투자은행의 실험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1.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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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 충족시켜야 자금 지원
스웨덴국립은행, 환경 문제로 호주 채권 팔기도

9월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죽은 행성에는 경제도 없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로이터9월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죽은 행성에는 경제도 없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사진=로이터


세계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유럽투자은행(EIB)이 2022년부터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14일(현지시간) 독일 도이치벨레(DW),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베르너 호이어 EIB 총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어떤 공적 금융기관도 하지 못했던 야심찬 기후 투자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EIB는 또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친환경 투자를 위해 향후 10년간 약 1조 유로(약 1300조 원)를 풀 계획이다.

EIB의 새로운 정책에 따라 앞으로 기업들은 지원을 받으려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진행하려는 사업이 에너지 1kWh(킬로와트시)를 생산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250g 미만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화석연료 발전소 등은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힘들어 자금 지원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천연가스 사업은 지원 신청이 가능하지만,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열병합발전 등 EIB가 인정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앞서 지난 9일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EIB에 화석연료 사업 지원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공동성명은 EU 28개국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EIB 이사회가 12일 계획을 공식 승인하면서 실현됐다.



베르너 호이어 유럽투자은행(EIB) 총재/사진=AFP베르너 호이어 유럽투자은행(EIB) 총재/사진=AFP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EIB 결정에 대해 "획기적인 결정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기후은행' 설립을 향한 첫걸음"이라며 환영했다. 앤드루 맥도웰 EIB 부총재도 "이번 조처는 지구 온난화와의 대결에서 중대한 이정표"라며 "이는 중요한 첫 걸음이지 마지막 걸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IB뿐 아니라 민간 투자은행, 대형 금융기관 등은 화석연료 투자를 중단하라는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환경단체들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크레디트스위스와 바젤 UBS 은행 건물 앞에서 입구를 봉쇄하고 투자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 스웨덴 국립은행은 산유국인 캐나다의 앨버타주와 호주 퀸즐랜드 주 등의 채권을 매각했다. 해당 주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마틴 플로든 스웨덴 국립은행 부총재는 성명에서 "호주와 캐나다는 기후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국가"라면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익률이 높더라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에서는 기후변화 이슈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기후변화가 주요 쟁점 중 하나였고, 2030의 투표로 녹색당이 약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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