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씨는 "송금액의 2%, 일당 50만원 보장"이라는 말에 현혹돼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3900만원을 모바일 뱅킹 앱으로 캄보디아 현지은행 계좌로 송금했다. 그런데 다음달 거래은행으로부터 "계좌가 지급정지 됐다"는 통보를 받고 뒤늦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알게 됐다.
이를 보고 연락 온 구직자에게 신분증 등 인적사항과 계좌번호를 요구한 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송금한 피해금을 입금해 준다. 자금 추적이 어려운 캄보디아, 베트남, 홍콩 등 해외 현지은행(계좌)에 모바일·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하게 해 피해금을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연간 5만 달러 이내 해외송금의 경우 외국환거래은행에 송금사유와 지급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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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최근 법원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책으로 범죄에 연루된 경우 가담 정도·횟수, 대가 수수 등에 따라 징역형 또는 벌금 등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 나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업무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대가 지급을 약속하는 아르바이트의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송금‧환전‧수금 대행 등의 아르바이트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수익 인출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구매‧결제대금 등 사업관련 자금을 직원 개인 계좌로 입금하기 위해 계좌번호를 요구하는 사례가 없다"며 "채용상담‧면접을 위해 모바일 메신저, SNS 등으로 연락하라는 경우 실제 존재하는 업체인지를 확인하고 통장‧카드를 요구하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기준 지역별 보이스피싱 피해현황을 처음으로 분석해 본 결과 인구 1만명 당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제주도로 17.0건이었다. 이어 울산 16.3건, 인천 15.2건, 경남 14.9건, 부산이 14.7건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은 13.6건이었다.
특히 인구 1만명 당 피해건수가 많은 지역은 주로 '대출빙자형' 사기가 많았다. 지역 경기가 나빠졌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서민을 대상으로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고 접근한 경우가 다수다.
반면 기초행정 구역별로 보면 강남 3구 등 소득수준이 높은 곳은 피해 건수는 많지 않아도 1건당 피해 규모가 컸다. 이들 지역은 '대출빙자형'이 아닌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많았다. 금감원이나 경찰, 검찰, 공무원 등을 사칭해 거액의 돈을 송금하도록 유도하는 사기다.
전체 피해액 규모를 보면 인구가 많은 수도권 피해가 크다. 경기도가 113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960억원, 부산 310억원으로 전국 피해액 4440억원의 절반 이상인 54.1%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피해 건수는 경기도가 1만8116건, 서울이 1만2893건, 부산이 5075건이었다. 광역행정구역 단위의 전국 평균 발생건수는 4389건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