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태어나길 잘했다?"…'아찔한' 수능 국어영역 40번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9.11.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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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영역에 난데없이 등장한 'BIS', 정답 5번' 이유는

지난 14일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국어영역 40번이 '최고난도 문항'으로 화제다.

국어영역에 난데없이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과 '바젤I~III'가 등장한 것도 모자라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계산까지 해야 하는 내용이었다. 현직 금융업 종사자들조차 "일찍 태어나길 잘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BIS 비율이란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자기자본 비율을 설정해 둔 국제적 기준이다. BIS 산하 바젤위원회(은행감독규제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은행마다 위험자산 대비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래야 거래 기업의 도산 등 은행이 위기에 봉착해도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국어영역 37~42번 문항을 위한 지문은 바젤위원회의 BIS 비율 규제 도입 취지와 산식, 금융 환경 변화로 보완을 거듭한 바젤Ⅰ·Ⅱ·Ⅲ의 차이를 설명했다. 특히 지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평가하는 다른 문항과 달리 40번은 숫자를 대입해 계산까지 거쳐야 해 더욱 어려웠다는 평가다. 정답은 '보기 5번'이다.

화제의 국어영역 40번 문항/사진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화제의 국어영역 40번 문항/사진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


우선 '보기 1번'은 갑 은행의 자기자본은 110억원, 위험가중자산은 1000억원으로 제시한 산식에 대입하면 BIS 비율은 11%다. 설명대로 규제비율 8%를 상회한다.



'보기 2번'은 회사채 위험가중치가 문제(50%)보다 낮아진 20%일 경우를 가정했다. 위험가중치가 낮아지면, 이를 반영한 회사채 위험가중자산 규모 역시 줄고, BIS 비율은 높아진다.

국채의 위험가중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기 3번'은 '국채의 실제 규모가 회사채 실제 규모보다 컸을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국채와 회사채 위험가중자산은 같은 300억원이므로 위험가중치는 국채가 더 낮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문제에서 갑 은행의 회사채는 바젤Ⅱ에 따른 위험가중치 50%가 적용된 것으로 서술했다. 반면 지문에서 바젤Ⅰ은 '회사채에 100% 위험가중치를 획일적으로 적용했다'고 나왔다. 결국 '보기4'의 서술대로 위험가중치가 2배로 적용된다면, 갑 은행의 회사채 위험가중자산 역시 2배인 600억원이 된다.


지문은 '바젤Ⅲ는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기본자본의 비율이 최소 6%가 되도록 했다'고 서술했다. 문제에서 기본자본은 50억원, 위험가중자산은 1000억원으로 BIS비율은 5%다. 바젤Ⅲ의 6% 조건에 미달한 것이다. '보기5'는 '보완자본 10억원을 늘리면 된다'고 했지만, 기본자본을 늘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틀린 서술이다.

BIS와 바젤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지문은 물론 문항마저 독해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은행원들 역시 '당황스럽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A은행 지점 직원은 "일상 영업에서는 BIS 비율을 볼 일이 흔치 않다"며 "답이 헷갈린다"고 말했다. B은행 본부 직원도 "올해 수능이 '평이한 수준'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이게 평이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C은행 본부 직원은 "일찍 태어나길 잘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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