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영역에 난데없이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과 '바젤I~III'가 등장한 것도 모자라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계산까지 해야 하는 내용이었다. 현직 금융업 종사자들조차 "일찍 태어나길 잘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BIS 비율이란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자기자본 비율을 설정해 둔 국제적 기준이다. BIS 산하 바젤위원회(은행감독규제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은행마다 위험자산 대비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래야 거래 기업의 도산 등 은행이 위기에 봉착해도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화제의 국어영역 40번 문항/사진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국채의 위험가중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기 3번'은 '국채의 실제 규모가 회사채 실제 규모보다 컸을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국채와 회사채 위험가중자산은 같은 300억원이므로 위험가중치는 국채가 더 낮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문제에서 갑 은행의 회사채는 바젤Ⅱ에 따른 위험가중치 50%가 적용된 것으로 서술했다. 반면 지문에서 바젤Ⅰ은 '회사채에 100% 위험가중치를 획일적으로 적용했다'고 나왔다. 결국 '보기4'의 서술대로 위험가중치가 2배로 적용된다면, 갑 은행의 회사채 위험가중자산 역시 2배인 600억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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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은 '바젤Ⅲ는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기본자본의 비율이 최소 6%가 되도록 했다'고 서술했다. 문제에서 기본자본은 50억원, 위험가중자산은 1000억원으로 BIS비율은 5%다. 바젤Ⅲ의 6% 조건에 미달한 것이다. '보기5'는 '보완자본 10억원을 늘리면 된다'고 했지만, 기본자본을 늘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틀린 서술이다.
BIS와 바젤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지문은 물론 문항마저 독해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은행원들 역시 '당황스럽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A은행 지점 직원은 "일상 영업에서는 BIS 비율을 볼 일이 흔치 않다"며 "답이 헷갈린다"고 말했다. B은행 본부 직원도 "올해 수능이 '평이한 수준'이라는 보도를 봤는데 이게 평이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C은행 본부 직원은 "일찍 태어나길 잘 했다"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