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경 기자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2019.4.15/뉴스1
통일부에 따르면 김 장관과 현 회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통일부 장관이 현 회장과 단독 면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금강산 관광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남북 당국뿐만 아니라 현대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대와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솔직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어 초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 회장은 “현대도 정부와 잘 협의해서 지혜롭게 대처해나가겠다. 좋은 해결방안을 찾아 북측과도 좋은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과의 합의’를 언급했지만, 북한 당국은 우리 측과 대면(對面) 협의를 거부하고 문서교환으로 철거 일정·방식에 합의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대면 협의를 성사시켜 금강산 관광 재개·활성화 등 전반적인 사안을 다룬다는 계획이다.
실무회담 제안을 한 차례 거부당한 정부는 지난 5일 보낸 2차 대북통지문에서 “당국과 사업자 등이 포함된 공동점검단을 구성해 방북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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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금강산 협의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현 회장을 만나는 것은 ‘우회적인 통로’를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대그룹(현대아산)은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래 1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한 핵심 사업주체다.
이와 관련해 ‘현정은 방북카드’가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1998년 ‘소떼방북’으로 시작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과 여러 어려움에도 사업을 이어나가려는 현정은 회장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김 장관은 오는 17~23일 미국을 방문해 미측과도 금강산 해법을 협의할 계획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등을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제재 완화 등의 입장 변화를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간 논의할 부분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북간 논의”라며 “금강산 문제는 남북당국, 현대아산과 북한, 정부와 현대아산 등 일종의 3각 협상이다. 정부는 사업자의 고민과 이해관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