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 피하는 법, 얼굴에 그림 그리기?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1.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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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인식하는 알고리즘 허점 파악해 '흑백' 페이스페인팅·스티커 관심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폐쇄회로(CC)TV를 떼어내 부수고 있다/사진=AFP지난달 20일(현지시간)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폐쇄회로(CC)TV를 떼어내 부수고 있다/사진=AFP


세계 각국 도시에 안면인식 폐쇄회로(CC)TV가 들어서면서 얼굴 인식을 피하는 다양한 기법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얼굴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스티커를 붙여 CCTV 인식을 방해하는 ‘페이스페인팅’이 주목받고 있다.



5개월 넘게 시위를 벌이는 홍콩 반중국·반정부 시위대는 홍콩·중국 정부가 안면인식 CCTV를 이용해 시민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걸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썼다. 이에 홍콩 정부는 10월 ‘복면금지법’을 발표해 시민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못하도록 했다.

‘얼굴을 숨길 권리’에 대한 논쟁이 커지면서 페이스페인팅이 대안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안면인식 알고리즘은 사람 얼굴에서 이마와 광대뼈, 턱 등 빛을 받으면 그림자가 지는 부분의 고유 패턴을 잡아내고 인식할 수 있다. 독일 베를린의 변장술업체 CV대즐(Dazzle)은 바로 이 알고리즘에서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CV대즐은 얼굴에 검고 흰 스티커를 붙이거나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 카메라의 패턴 인식을 방해하는 기법을 고안했다. 특정 모양으로 얼굴에 붙이는 스티커, 머리카락이 달린 모자 등으로 얼굴 인식을 피하는 것이다. 아담 하비 CV대즐 대표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우리 프로젝트 목표는 얼굴의 고유 패턴을 흐트러뜨려 컴퓨터 알고리즘을 방해하고, 감시 시스템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관심 있는 것은 패션과 감시를 피하는 것, 그 사이 어딘가다”고 덧붙였다.

감시 카메라의 안면 인식을 피하기 위한 페이스페인팅/사진=CV대즐(Dazzle) 홈페이지감시 카메라의 안면 인식을 피하기 위한 페이스페인팅/사진=CV대즐(Dazzle) 홈페이지
타마라 친칙 패션브랜딩 전문가는 SCMP에 “사람들은 선글라스와 모자 등으로 자신을 익명화 해왔다”며 “안면인식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있어 ’페이스페인팅‘은 세련되게 얼굴을 숨길 수 있게 해주는 방향이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세르비아에서 ’빅브라더‘ 감시카메라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을 때,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하비가 고안한 방식을 활용해 얼굴에 그림을 그렸다. 세르비아 정부는 중국 화웨이가 만든 안면인식 CCTV 800~1000대를 사들여 수도 베오그라드 전역에 설치했다.


미국 워싱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얼굴에 희고 검은 페인트로 그림을 그린 채로 참여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SCMP에 따르면 이들은 감시 카메라에 얼굴이 인식되는 걸 피하려는 목적으로 페이스페인팅을 했다. 이는 칠레와 레바논 등 최근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곳에서 활용되는 ’조커‘ 페이스페인팅과는 목적과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조커 분장은 영화 <조커>에서 착안해 정부에 대한 불만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안면인식 CCTV는 범죄자를 잡는 데 효율적이며, IT 기술과 접목해 일상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여러 국가에 도입되고 있다. 정부의 CCTV 설치를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홍콩 정부의 ’복면금지법‘에 미뤄볼 때 정보·수사기관의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에 악용될 여지도 충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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