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사활을 걸었던 미디어 회사들이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신문과 잡지 등 오프라인 매체에서 동영상 등 온라인 친화적인 콘텐츠로 힘들게 옮겨갔는데, 이제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오겠다고 한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사진=ComplexCon
하지만 잘나가던 콤플렉스도 인쇄 매체 부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콤플렉스는 2016년 초 잡지그룹 허스트와 통신사 버라이즌의 조인트벤처에 3억 달러(약 3500억 원)에 매각됐는데 그해 12월 창간 14년 만에 잡지를 폐간했다. 편집장 등 대규모 해고도 단행했다. 그런데 흔한 미디어의 몰락 수순이 아니었다. 오히려 폐간 이후 더 잘되고 있다. 2019년 매출만 해도 2018년보다 20% 증가할 전망이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미디어 회사들이 앓는 소리를 낼 때도 콤플렉스는 변칙(anomaly)처럼 잘나간다”고 표현할 정도다.
온라인 콘텐츠를 오프라인 축제로 발 빠르게 옮긴 덕분이다. 2016년부터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이틀 동안 개최하는 ‘콤플렉스콘’(ComplexCon). 브랜드들이 부스를 열어 상품을 판매하고, 스타들의 공연과 토크쇼도 열린다. 지난해 기준 티켓 가격은 55달러(일반), 300달러(VIP)인데 6만5000명이 몰리며 매진됐다. 이틀 행사에서만 브랜드들의 판매금액이 2500만 달러(290억 원)에 달한다.
/사진=ComplexCon
콤플렉스콘에는 100여 개 브랜드가 참가하는데 이곳이 아니면 구하기 힘든 제품들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165년 역사의 미국 시계 브랜드 ‘타이맥스’가 스트리트 브랜드 ‘차이나타운’과 콜라보를 한 시계를 선보였다. 운동화 편집 숍들은 지금은 단종이 돼 3~4배 가격에 되 팔리는 운동화를 꺼내놓는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행사 1~2일 전부터 텐트 치고 기다린다.
② 지루할 틈 없는 경험
행사장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펩시코의 ‘마운틴 듀’는 게이머들을 겨냥한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메가맨’, ‘동키콩’ 등 1만5000여 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부스를 마련했다. 방송사 HBO는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이발소로 게스트를 초청해 인터뷰하는 토크쇼 ‘더 숍’을 홍보하기 위해 무료 이발소를 차렸다.
푸드코트 가려고 행사 온다는 사람들도 있다. 뉴욕 소호거리의 '프린스 스트리트 피자',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커피숍 '데드스톡 커피' 등 한참 줄서서 먹어야 하는 맛집 위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콤플렉스는 행사 전에 록 콘서트처럼 '푸드 라인업'을 발표하며 기대감을 높인다. 유명 팝 아티스트 타카시 무라카미가 디자인하고 스타 셰프 알빈 카일란이 만드는 햄버거 등 행사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들도 있다.
③ 스타들까지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콤플렉스 동영상 콘텐츠에서 인기를 얻은 출연자들이나 릴 킴, DJ 칼리드 등 유명 래퍼, 배우, SNS 인플루언서들이 행사장에 총출동한다. 콤플렉스 측에서 공연이나 토크쇼를 위해 초대하기도 하고, 각 브랜드가 홍보를 위해 부스에 깜짝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모이고 이들이 좋아하는 한정판과 스타, 이벤트가 있으니 축제는 그야말로 이들 세대를 압축한 곳이다. 콤플렉스콘이 '대중문화계의 슈퍼볼'(Cultural Superbowl)이라 불리는 이유다. 에드가 하난데즈 콤플렉스 최고매출책임자(CRO)는 “콤플렉스콘은 브랜드들이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를 이해하고 싶을 때 우리 잡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SNS 타임라인을 무대로 옮긴 ‘버즈피드’
/사진=Buzzfeed
이밖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동하는 안무가, 코미디언, 10대 기후활동가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강연을 하거나 춤을 가르치거나 인터넷 유행어의 역사를 되짚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인터넷 문화를 그대로 무대 위로 옮겼다. 롤링스톤지의 이런 평가만 봐도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다. “버즈피드는 인터넷을 'IRL'로 가져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혼란스럽고 집중하기 힘든 것이 누군가의 트위터 타임라인을 스크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 (인터넷 특유의) 불손한 재미가 더해졌다. 정말 특별한 타임라인이었다.”
버즈피드는 행사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지 않았다. 행사 후 짧은 영상으로 최대한 쪼개 공개한다. 최대한 많은 공유를 노린 것이다. 티켓 판매도, 스폰서도 받지 않았다. 500명을 무료 초대했는데 테스트베드였던 셈이다. 하지만 버즈피드는 이번 행사가 향후 중요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벤 카우프만 버즈피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는 경험이라는 차원에서 독자들과의 접점을 넓히지 못했다"며 "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인터넷의 가장 좋은 것만 모아 현실로 가져가는 것이고,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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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 29색의 방을 꾸민 ‘리파이너리29’
/사진=Refinery29
2017년부턴 30~50달러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2018년 9만장이 판매됐다. 최근엔 객실을 꾸밀 수 있는 스폰서십을 따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BC카드, 다이슨, 캐딜락, 디즈니 등이 스폰서로 참여했다. 니콜 리치, 제이크 질렌할 등 배우들이 자신이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거나 패션디자이너 제이슨 우가 새 라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 회사의 공통점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콘텐츠로 독자를 팬으로 만들고, 팬들이 IRL에서 훌륭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그렇게 해서 팬들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독보적인 커뮤니티 플랫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