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G가 2020년 국내 기업들의 IT투자를 조사한 결과, 매출 대비 0.6%로 조사됐다. 매출 1000원 중 6원을 IT부문에 쓰는 셈이다. 이 수치는 글로벌 기업 평균과 비교해 높은 것일까? 정답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IT의 역할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측면이라든지, 매년 IT 효율성을 추구하는 솔루션의 원가 하락에 따른 비용 축소 등을 고려한다면 0.6%가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 평균 3.3% 수준과 비교할 때 이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규모다. 물론 양적인 투자가 많다고 해서 IT 수준이 높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정부분 양적인 측면이 뒷받침돼야 관련 IT시장도 커지고 또한 IT 스타트업도 다양한 분야, 산업군에서 더 활발하게 나타날 수 있다.
KRG가 2016년 기준으로 포춘 500대 기업과 국내 매출 500대 기업의 IT 투자액을 비교해봤다. 글로벌 500대 기업과 비교해 국내 500대 기업의 매출액은 20분의1 수준인 반면 IT 투자액은 100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2017년 기준 국내 영리법인은 66만6000여개로 총매출액은 4760조원이다. 매출 대비 IT 투자비율 0.6%를 적용하면 영리법인의 연간 IT 투자액은 대략 30조원. 하지만 글로벌 평균비율 3.3%를 적용하면 150조원 규모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전체 B2B(기업간 거래) IT시장의 잠재력 150조원 가운데 20%인 30조원만이 실제 시장에 실현되는 반면 나머지 80%는 미실현된, 소멸된 시장인 꼴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기업들의 IT투자 효율성이 타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적은 IT투자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만큼의 ROI(Return of Investment)를 달성한다손 치더라도 절대적인 규모에서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 30조원 투자로 150조원의 투자 효과를 기대한다면 이거야말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국내 기업들의 IT 투자비율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1%대를 웃돌았다. 하지만 매년 줄어들어 2020년에는 0.6%로 낮아졌다. 문제는 경기 불황 조짐이 보이면 IT 투자는 불요불급한 예산으로 치부돼 깎이기 일쑤라는 데 있다. 하지만 IT투자 삭감은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이 미미할 뿐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일정부분 양적 변화가 축적돼야 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른바 양질전환의 법칙이 국내 기업들에게 필연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