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오전 10시 10분경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M면세점 2층의 한적한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지난 15일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는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 대해 "면세 시장 상황도 어렵고 리스크가 커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는 옛말…너무 많아진 시내면세점에 빅3도 절레절레
서울 시내면세점만 하더라도 과거 6개에서 13개(2018년 기준)로 늘었다. 면세점 수가 늘어난 만큼 이용객 수도 늘어야 한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면세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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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 조치 이후 '따이궁(중국인 대리구매상)' 중심으로 재편된 면세 시장 구조도 문제다. 면세 사업자들은 따이궁 유치를 위해 일종의 리베이트인 송객수수료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결국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2015년 이전까지 5~10% 수준이었던 국내 주요 면세점들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2~5%까지 크게 떨어졌다. 결국 한화 갤러리라면세점63, 두산 두타면세점은 면세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현대百면세점 "외연 확장에 올인"…인천공항 진입까지 노린다
최근 영업중단을 선언한 동대문 두산면세점 스케치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특히 강남의 경우 강북과 달리 상대적으로 면세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어 빠르게 이동하며 다량의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따이궁에게 외면을 받아왔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9일 철수를 결정한 두산의 두타면세점 사업권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두타면세점의 연매출은 7000억원까지 성장했다. 강남점 매출을 더한다면 바잉파워(구매력)과 상품 조달이 가능해진다. 또 기존 사업장을 넘겨 받기에 바로 흑자전환도 가능하다.
이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진출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최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평가 항목 중 임대료 입찰 가격에 대한 배점을 낮아지면서 경영상태와 운영실적 등 사업 능력이 중요해졌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무역센터점 하나만 가지고 나머지 대형 면세사업자들과 경쟁하긴 어려운 평가 구조라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주요 면세 사업자들은 당장은 시내면세점보다 12월 예정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T1) 사업권 입찰에 집중하고 있다. T1 면세점 8개 구역이 입찰 대상이다. 이 중 5개는 대기업, 3개는 중소·중견기업 몫이다. 대기업 대상 5개 구역은 연매출만 1조원이 넘는 알짜 구역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거액의 수수료를 써가며 모객에 나서야 하는 시내면세점보다 안정적으로 매출을 끌어낼 수 있는 공항면세점을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공항 임대료까지 낮아지면서 공항면세점에 대한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