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손정의 손잡고 日야후·라인 경영통합 추진"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19.11.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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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 보도… "일본의 알리바바 만들겠다"

야후와 라인 경영 통합 예상도/니혼게이자이신문야후와 라인 경영 통합 예상도/니혼게이자이신문


일본에서 야후를 운영하는 Z홀딩스(ZHD)와 네이버의 자회사이자 모바일 메신저 앱 기업인 라인이 경영통합을 목표로 최종 조정 중이라고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와 한국 네이버가 각자 50%씩 지분을 투자해 신규 회사를 만든 뒤 이 회사가 야후와 라인을 운영하는 Z홀딩스를 자회사로 소유하게 되는 구조다. 소프트뱅크 그룹의 손정의 회장은 이번 통합으로 일본 온라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1억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을 탄생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성은 하지만, 위축은 되지 않는다." 손 회장은 지난 6일 실적 발표 후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프트뱅크G는 산하의 10조엔 펀드 '비전펀드'와 함께 투자한 미국 오피스 공유 기업 위워크의 경영부진 등으로 올해 7~9월에 사상 최대인 7000억엔의 연결 최종 적자를 기록했다. 해외 인공지능(AI) 유망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손 회장의 전략에 역풍이 부는 상황에서, ZHD와 라인을 통합해 일본 국내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수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손 회장은 SNS 앱을 통해 일본에서 확고한 고객 기반을 갖고 있는 라인에 계속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관계자는 "분명히 자본 제휴의 가능성을 계속 모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통합도 ZHD 측에서 라인 모회사인 한국 네이버에 제안했다고 한다.

손 회장은 야후를 주축으로 일본에서 '알리바바'를 실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G의 최대 투자처이며, 손 회장의 장기 투자처 중 최고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중국의 알리바바는 전세계에서 결제서비스 이용자수가 약 12억명에 달한다. 결제서비스를 시작으로 전자상거래(EC) 등 생활에 관련한 여러 서비스로 이용자를 유도해 중국에서 압도적인 플랫폼이 됐다.

알리바바가 손 회장을 자극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 인터넷 시장에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올해 6월 야후는 휴대폰 통신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연결대상에 편입됐다. 일본 핸드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야후와 소프트뱅크를 연계해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결제 서비스 '페이페이(PayPay)'에도 그룹이 전력 투자한다.


ZHD는 9월에는 의류온라인판매사이트 '조조다운'을 운영하는 ZOZO 인수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번에 라인과의 통합으로 일본 인터넷시장에서 존재감을 크게 키울 수 있게 됐다. 일본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는 아마존재팬, 라쿠텐 등이 앞서가고 있다.

라인 SNS 앱의 이용자는 약 8000만명, 야후의 서비스는 5000만명을 웃돈다. 운영이 통합되면 이용자 1억명 규모의 서비스 기반이 탄생한다. 결제 서비스에서는 라인의 '라인페이' 등록자수가 약 3700만명이며, 페이페이는 1900만명이다. 이들 합계는 일본 대형통신사인 NTT도코모의 'd바라이(d払い)'의 5배를 넘어,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쥘 전망이다.

은행·증권분야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ZHD는 재팬넷은행 지분을 갖고 있으며 10월에는 SBI홀딩스와 금융사업에서 포괄 제휴할 것을 발표했다. 라인은 노무라증권과 맺은 '라인증권'을 발족시켰고 미즈호 파이낸셜그룹과는 내년에 새로운 은행을 개업할 계획이다. 뉴스 검색 서비스, EC 서비스 등에도 연계가 기대된다.

양 사의 고객층도 보완 관계에 있다. ZHD의 서비스 이용자는 40대 전후가 많은 반면, 라인 앱은 10~20대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한다. ZHD에게 라인이 보유한 청년 고객은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마련을 위해서도 매력적이다.

과제도 있다. 양 사의 힘으로 일본 시장에서 거대 플랫폼을 구축해도, 미·중 대형 IT기업의 연구개발비 등은 압도적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소프트뱅크G가 투자하고 있는 AI 기술 및 노하우가 전수돼야 한다.

의사결정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ZHD, 라인을 운영하는 신규 회사는 소프트뱅크의 연결 자회사가 되지만, 네이버도 신규 회사에 50% 출자하는 대주주가 된다. 앞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 양사의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이용자 수가 많은 반면, 데이터 과점에 대한 반발감도 일어날 우려가 있다. 미국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IT기업인 'GAFA'가 소비자의 정보를 수집하는데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GAFA의 강점이 경쟁을 저해한다는 '분할론'도 부상한다. 미국 당국은 대형 IT 기업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말 대형 IT기업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정리했다. 대형 IT기업들의 법적 문제가 되는 행위를 예로 들고, 엄격하게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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