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운전때 ‘내비'에 이것 있으면 안 된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9.11.1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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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핸드폰·자동차 판매 전 '지도 전수 조사'…中기업들, 국내·외 서비스 다르게 하는 전략

영토 분쟁이 벌어지는 남중국해 해역에 중국 해양경비선과 시추선이 떠있다/사진=AFP영토 분쟁이 벌어지는 남중국해 해역에 중국 해양경비선과 시추선이 떠있다/사진=AFP


'구단선이 있습니다. 앱을 다시 설치하지 않으면 안내해 드릴 수 없습니다'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켰다가 현지어로 듣게 될 말일 수 있다. ‘내비게이션’이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현지 투오이트레신문을 인용해 베트남 정부가 중국산 스마트폰에 설치돼있는 내비게이션 앱에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을 반영한 지도가 사용됐는지 전수 조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지도가 확인되면 앱을 삭제하거나 다시 프로그래밍하도록 할 예정이다.



베트남 당국은 10월부터 ‘구단선’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중국 자동차 판매를 금지했다. 하이마, 지리, 조티 등 중국산 차를 판매하는 베트남 자동차 유통업체들은 지난달 구단선을 포함한 해당 차량의 기본 내비게이션 지도를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남중국해 분쟁지역에 ‘구단선’을 표시한 지도를 넣은 외국도서와 지도가 수입되지 않도록 세관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U자 형태로 그은 9개 선으로, 해역 90%의 영유권이 자국에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1940년대부터 공식 지도에 구단선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2016년 필리핀이 국제법원(ICJ)에 소송을 제기했고, ICJ가 "9단선은 불법"이라고 판결하면서 갈등이 격화했다. 이후로도 중국은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의 반발을 무시하고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세관 직원들에게 중국산뿐만 아니라 모든 수입차의 내비게이션과 소프트웨어를 면밀하게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 한텡오토스는 최근 ‘구단선’ 지도를 탑재한 7개 모델 판매가 보류됐고, 폭스바겐 베트남 지부도 해당 지도를 사용하는 모델을 전시했다가 벌금 2000만∼4000만 동(100만∼200만 원)을 무는 등 곤욕을 치렀다.

베트남 당국의 이 같은 조치로 중국기업은 국내·외 소비자를 나눠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중’ 전략을 쓰고 있다. 화이는 중국용 내비게이션 앱에 바이두나 중국 내비게이션 제조업체 Amap이 만든 ‘구단선 지도’를 사용한다. 샤오미도 Amap이 만든 지도를 쓴다. 대신 베트남에서는 두 회사 모두 구단선을 제외한 구글의 지도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구단선 지도’가 나온다는 이유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어보미너블'(Abominable) 상영이 전면 중단됐고, 현지 배급사인 CJ CGV 베트남에 벌금 7310달러가 부과됐다. 또 중국 영화배우 성룡(재키 찬)은 "중국인이라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가 홍콩과 베트남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성룡이 중국 정부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지지한다는 이유에서다.


남중국해는 태평양 일부로, 중국과 인도차이나반도, 보르네오섬, 필리핀 등에 둘러싸여있다. 세계 물동량의 50% 이 주변 해협을 지나고, 하루에 원유 천만 배럴이 이동한다. 또 남중국해에는 석유 280억 배럴, 천연가스 7500km³ 정도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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