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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방카 트럼프 SNS
하지만 막상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가장 먼저 축하 전화를 한 이들 중 한명이 쿡 CEO였다. 그는 "당선을 축하드린다. 앞으로 함께 일할 것을 고대하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같은 해 12월, 자신의 뉴욕 트럼프타워에 IT기업 수장들을 초대해 만남을 가졌다. 여기엔 쿡 CEO도 자리했다. CNBC는 당시만 해도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산업계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잘 몰랐고, 그와 만난 자리에 지지를 표명한 이들도 극히 적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쿡 CEO는 만남 직후 애플 임직원들에게 자신이 힐러리 지지자임에도 왜 트럼프 대통령 당시 당선인을 만났는지 설명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이랬다. "성공의 길 옆에 서있지 마라. 이슈에 영향을 주려면 경기장 안에 있어라"
쿡 CEO는 애플의 이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손을 잡는 길을 택했다. 2017년에만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뉴저지 골프클럽에서 두차례 라운딩을 즐겼고, 저녁 식사도 함께했다. 지난해 4월 백악관 만찬 자리에선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과 함께 쿡 CEO가 게스트 명단 첫번째에 올라있기도 했다.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과도 가까이 지냈다. 지난 2월에는 트럼프 정부의 노동력정책자문위원회에 합류하기도 했고, 앞서 2017년 부터는 미국혁신국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조직 모두 이방카 부부가 이끄는 조직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미 아이다호의 한 초등학교에 이방카 트럼프와 함께 방문하기도 해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아이패드 등을 기부하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올해에도 쿡 CEO는 수시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즐겼고, 만찬 자리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쿡의 대변인이 된 듯 그를 옹호하거나 추켜세우는 발언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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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말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 감면 정책 등을 발표하자, 한달뒤 애플은 해외자산 중 2500억달러를 미국으로 송금하면서 세금 270억달러를 절감했다고 발표했다. 또 향후 5년간 3500억달러를 투자해 미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이듬해 신년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을 언급하며 칭찬하기 바빴다.
쿡의 밀착 전략은 미중 무역마찰로 불거진 관세폭탄 속에서도 살아남게 만들었다. 지난해 6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한 직후 쿡 CEO는 애플과 아이폰은 관세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같은 자신감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깊은 인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 어치에 관세를 부과했는데, 지난 9월 이를 모두 면제받았다. 당시 쿡 CEO는 트럼프 대통령과 저녁식사를 가지면서 관세 때문에 삼성과 공정한 거래가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언론에 "관세를 안내는 삼성과 애플은 공정한 경쟁이 힘들다"면서 대놓고 지원을 시사했다. 이후 애플은 요청한 15개품목 중 10개품목의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았고, 이번에 함께 견학할 예정인 텍사스 공장에서 맥 컴퓨터 등 일부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하며 바로 보답했다.
이번 텍사스 공장 견학으로 쿡 CEO는 내달 예정된 관세 면제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지난 9월부터 30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가 연말 소비 진작 등을 이유호 내달 15일로 유예한 바 있다. 애플은 아이폰·애플 워치 등 핵심제품에 타격을 입지 않으려면 이번에 예정된 관세에서도 면제 혜택을 받아야만 한다. 쿡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봤을 땐 면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17년 애플이 정치권 로비에 활동한 자금은 1800만달러로 아마존이나 구글의 절반에 그친다면서 이것이 쿡의 뛰어난 개인 로비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CNBC는 미 IT(정보기술) 기업 수장 중 쿡만큼 변덕스러운 대통령과 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국이라는 바늘에 실을 꿴 CEO는 없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