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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수능날 응원하지 마세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9.11.13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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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초조하고 떨리는 마음, 수험생 자녀에게 고스란히…"평소처럼 하는 게 중요"





올해 재수한 수험생 백모씨(20)는 올 수능날엔 혼자 시험장에 갈 예정이다. 지난해 고3 수험생 땐 엄마·아빠와 함께 갔는데, "수능 대박날 것"이란 응원에 오히려 더 떨렸다. 수능 문제를 풀다, 막힐 때마다 초조해하던 부모님 얼굴이 떠올라 막막했다. 백씨는 "부모님 마음은 잘 알지만, 그냥 평상심으로 조용히 시험을 보고 싶다"고 했다.

2020년도 수능 하루 전날인 13일, 수험생만큼 떨리는 이들이 수험생 학부모들이다. 거사를 앞두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다. 하지만 과유불급, 과한 응원이나 지나친 우려는 수험생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오히려 독(毒)이 될 뿐이다. 학부모들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수험생들과 전문가 얘길 통해 알아봤다.







"아무 것도 안했으면 좋겠어요"






고3·재수 수험생 대다수는 학부모들이 별다른 걸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학부모가 생각해서 하는 행동들이, 수험생 입장에선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고3 수험생 임모양(19)은 "수능을 앞뒀다고 특별한 말이나 뭔가를 해주기 보단, 그냥 평상시처럼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양의 어머니는 평소 딸에게 "최선만 다하고,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겨라"라고 말을 해줬다고 했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임양은 "이 말이 성적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비우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또 다른 고3 수험생 박모군(19)은 "엄마가 수능날 성당가서 계속 기도한다고 해서, 그러지 말라고 했다"며 "그냥 엄마 일 하면서, 묵묵히 응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만 해도 다 안다고, 그리고 혼자서도 충분히 부담이 크고, 긴장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재수생 김모씨(20)도 도시락을 잔뜩 준비하는 어머니를 말렸다. 김씨는 "수능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그냥 김밥 하나 사서 가겠다"고 했다. 그의 속내 역시, 부모가 수능날 아무 것도 안 했으면 하는 거였다. 그는 "수능 다시 보는 것도 죄송한데, 이런저런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다"며 "아무 것도 안 하시는 게 내 마음이 더 편하다"라고 했다.



수험생들 "고생했단 말 듣고 싶어"


/사진=홍봉진 기자/사진=홍봉진 기자
그렇다면, 수능날 수험생들이 학부모에게 듣고 싶은 말은 뭘까.

고3 수험생 염모양(19)은 수능이 끝난 뒤 상황을 벌써부터 걱정했다. 혹시나 못 보면 엄마 얼굴을 어떻게 보지, 이런 우려들이다. 염양은 "어떤 말이 듣고 싶느냐"는 물음에, "고생했다. 아무 생각말고 푹 쉬어라"란 말이 듣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엄마가 그리 말해도 스스로 걱정도, 생각도 많을 것 같다고 했다.


재수생 서모씨(20)는 지난해 수능을 망치고 돌아온 날을 떠올렸다. 답을 맞춰본 뒤, 저녁도 거르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때, 그의 부모는 그에게 "잘 봤느냐"는 말도, 별다른 걱정도 하지 않았다. 혼자 있게 뒀다. 서씨는 "다음날, 엄마가 '시험 잘 보든 못 보든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덤덤히 얘기하는데, 그게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는 13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어떤 부모님들은 막 고사장에 가서 같이 운다. 수험생보다 더 떨고 있는 것"이라며 "이게 사실은 고스란히 전달이 된다. 그냥 늘 하던대로 똑같이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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