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일주일된 '금현물 ETN' 찬밥신세, 어쩌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이태성 기자 2019.11.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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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거래량 '0'…최초 현물 기초자산 상품…배당소득세 부과·대체재 많아 매력 적어

상장 일주일된 '금현물 ETN' 찬밥신세, 어쩌다…


상장 일주일을 맞은 금 현물 ETN(상장지수채권)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물 상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이 출시된 것은 처음인데다,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기대감이 컸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 KRX 금현물 ETN (19,585원 ▼105 -0.53%)은 이날 전일 대비 약보합세를 나타내 9710원을 기록했다. 하루 거래량은 1203주를 기록했다. 상장 후 최대치다.



금현물 ETN은 상장 첫날인 지난 5일 95주, 거래대금 100만원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거래량이 늘기는커녕 급속도로 감소해 지난 6~8일간 평균 거래량이 7주 가량에 그쳤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거래량이 '제로(0)'였다.

ETN 가격도 상장 첫날 시초가 1만90원을 기록했던 것에서 이날 9710원까지 약 4% 하락했다. 발행가액은 1만원이다.



금 현물 ETN는 상품 다양화 측면에서 한국거래소와 삼성증권이 손잡고 야심 차게 출시한 상품이다. KRX 금 시장에 상장된 금 현물(1kg)의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최초의 상품이라는 점에서 의미도 컸다.

해당 ETN은 KRX 금현물 지수의 수익률을 1배수로 추종한다. 만기일은 2039년 10월 28일, 상장원본액은 200억원이며 연간 제비용은 0.60%다.

상장 일주일된 '금현물 ETN' 찬밥신세, 어쩌다…
이전까지 금 관련 상품은 모두 금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했다. 선물 기초상품은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만기가 남은 선물 계약으로 교체하는 '롤오버(Roll over)'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선물보다는 현물상품의 이익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되면서 기대가 컸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 흐름과도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금 현물 가격이 하락하면서 거래가 줄어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거나 안전자산 선호도가 올라가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 현물 ETN의 인기가 기대에 못 미치는 근본 원인이 상품 구조에 있다고 본다. 금에 투자하기 위해 별도의 상품 계좌를 열지 않아도 되고,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편리성 외엔 투자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금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시세차익을 누리려는 목적이라면 금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사면 된다"며 "소액으로 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거래소 금 현물도 있고, 은행 가면 골드바도 팔기 때문에 대체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ETN은 증권이 아닌 만큼, 매도할 때 양도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가 매겨진다는 점도 단점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선물 투자 시 발생하는 롤오버 비용을 아끼더라도 배당소득세율이 15.4%인 것을 고려하면 그다지 매력이 없는 셈이다. 선물에 투자할 경우 청산 시점마다 종목이 바뀌면서 약 1% 안팎의 롤오버 코스트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자산인 KRX 금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 비해서도 매력이 없다. 거래소에서 금을 거래할 경우 증권사 수수료(0.2% 내외)만 내면 된다.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가 면제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이 안된다. 실물 수령을 할 경우에만 부가가치세 10%를 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장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시장에 덜 알려진 영향도 있고 금 가격도 좋지 않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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