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넥타이부대도 나섰다…경찰은 새 수장에 강경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9.11.12 16:36
글자크기

경찰 강경 진압 항의, 평일 도심 직장인까지 시위나서
홍콩 경찰 새로운 수장 내정…中서 교육 받은 강경파

12일(현지시간) 낮 홍콩 도심을 가득 매운 시위대. /사진=AFP12일(현지시간) 낮 홍콩 도심을 가득 매운 시위대. /사진=AFP


세계적인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동양의 진주'로 불리던 홍콩이 총알과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전쟁터로 변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를 홍콩과 중국 정부가 무시하면서 대립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12일 전날에 이어 반(反)정부 시위를 계속하며 경찰과 대립했다. 그동안 시위는 주로 주말에 진행됐지만, 경찰이 실탄까지 쏘며 강경 대응하자 평일까지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홍콩 도심에서는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까지 대거 거리로 나와 폭력 진압을 멈추지 않는 경찰과 정부를 성토했다.



아침부터 계속된 시위로 홍콩 시내 주요 도로가 막히고, 지하철 대부분이 운행을 멈추면서 출근길 큰 교통 혼잡을 빚었으며, 일부 학교는 학생 안전을 우려해 휴교했다. 중문대 등 홍콩 주요 대학 교정은 학생과 경찰의 충돌로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다. 양측의 폭력이 심해지면서 미국과 영국 정부는 "홍콩 경찰과 시위대 모두 폭력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12일(현지시간) 인간새총으로 경찰을 공격하는 시위대. /사진=AFP 12일(현지시간) 인간새총으로 경찰을 공격하는 시위대. /사진=AFP
그러나 당분간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콩 경찰이 새로운 수장으로 강경파를 내정했기 때문이다. 홍콩 경찰 1인자 스테판 로 경무처장이 오는 19일 정년퇴임 하면서 2인자인 크리스 탕 경무부처장이 승진하는 것. 크리스 탕은 범죄 조사 전문가로 홍콩 경찰 내 대표적인 강경파이자, 중국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친중파다. 홍콩 정부가 지난 8월 5년 전 '우산혁명'을 강제 진압했던 인물을 경찰에 다시 기용한 것에 이어 강경파를 새로운 경찰 수장에 내정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진압 강도가 더욱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의 80%가 소속된 홍콩경찰대원좌급협회(JPOA)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크리스 탕 신임 경무처장은 경찰을 모욕하는 이들에 대한 강경한 법 집행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위에 더욱 강경하게 대처하라는 것이다. 친중(親中) 단체에서도 "크리스 탕은 겸손하면서도 범죄에 강경한 '강철주먹'"이라며 "그는 그동안 반(反)정부 시위에 잘 대처해왔고, 경찰의 권위를 다시 세울 인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크리스 탕은 범죄 조사와 국제 공조, 작전지휘 등의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중국 상하이에 있는 중국 공산당 간부학교인 중국푸둥간부학원과 베이징의 중국인민공안대학, 국가행정학원 등에서 공부하며 중국 본토와 관계를 쌓았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프랑스 리옹에 있는 인터폴 사무국에 파견돼 '범죄조직과 폭력범죄' 부서 책임자를 지냈으며, 이후 홍콩으로 돌아와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지난해 11월 2인자인 경부부처장이 된 이후 1년 만에 수장으로 올라선 것이다.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장 내정자. /사진=홍콩경찰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장 내정자. /사진=홍콩경찰
크리스 탕은 경찰 내부에서 '타이드 라이더(Tiderrider)'라 불리는 시위 진압 작전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타이드 라이더 작전은 지난 6월 초 '범죄인 인도 협약'(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한 직후 시작됐다. 이후 6000발의 최루탄을 발사하고 고무총은 물론 심지어 실탄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압박했다. 이달 4일까지 홍콩 경찰이 체포한 시위대는 최소 3333명으로 이 중에는 12살의 미성년자도 있었다. 또 1550명 이상의 시위대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사망자도 발생했다. 지난 11일에는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시위대 한 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관 400여명도 진압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크리스 탕은 2013년 자신이 담당하던 위안랑(元朗) 지역에서 폭력조직과 결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크리스 탕과 폭력조직 삼합회 간부들이 회합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탕은 "해당 행사는 지역 의회와 반범죄위원회 주도로 열린 행사로 범죄조직원은 보지 못했다"고 부인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다. 위안랑은 지난 7월 전철역에서 폭력조직원으로 보이는 100여 명의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홍콩 시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폭력을 저지른 지역이다.

홍콩 경찰은 앞서 지난 8월 '2014년 우산혁명'을 강제 진압했던 전직 경무부처장 앨런 로를 6개월 시한의 임시 직책인 특별직무 부처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강경파가 잇달아 홍콩 경찰의 요직을 독차지한 것이다. 이에 홍콩 민주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범민주연합은 전날 "새로운 경무처장은 경찰의 잔인한 폭력 진압을 멈추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