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호, '10년 악연' 끊는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19.11.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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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 매각 성사…KDB생명·대우건설 매각까지 '먼 길'

금호산업은 12일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최종 선정하면서 KDB산업은행(산은)이 악연이었던 금호그룹은 흔적을 지우는 의미가 있다.

물론 산은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KDB생명, ‘2년 후 매각’을 공언한 대우건설 등 옛 금호그룹 계열사들의 처리가 남아 있지만, 금호그룹의 간판이던 아시아나 매각이 관계정리의 획이 되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산은 내부에서 ‘금호와 질긴 인연의 끝이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호와 질긴 인연 “끝이 보인다”
산은-금호, '10년 악연' 끊는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2006년 대우건설을,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두 회사 인수에 10조원 이상을 썼다. 재계 7위까지 올라간 것도 이때다. 하지만 이내 유동성 위기가 덮쳤고 2009년 산은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악연의 시작이었다.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던 박 전 회장은 산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자 이듬해 다시 회장직에 복귀했다. 그룹 재건을 꿈꾸며 산은과 지속해서 갈등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호타이어다. 산은이 중국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금호타이어를 포기할 수 없었던 금호그룹은 우선매수권과 상표권을 고리로 매각을 방해했다. 결국 더블스타 매각은 성사됐지만 한 차례 좌초되며 매각 가격이 2000억원 이상 낮아졌다.



이동걸 현 산은 회장이 취임 2주 뒤 박 전 회장을 만나 “금호타이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우선매수권도 포기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면서 실타래가 풀렸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도 이끌어냈다. 매각에 대한 부정적 전망에도 새 주인 후보를 찾아 9부 능선을 넘겼다.

KDB생명, 네번째 매각도 ‘불투명’
산은-금호, '10년 악연' 끊는다
산은에 남은 금호그룹의 그림자는 KDB생명(옛 금호생명), 금호그룹에 ‘승자의 저주’를 안겼던 대우건설 두 곳이다. 이중 KDB생명은 네 번째 매각 도전에 나선다. 산은은 지난 9월 KDB생명의 공개 매각 절차를 개시했지만, 아직 예비입찰 일정을 확정하지 못할 만큼 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달 중 투자의향서(LOI) 접수와 입찰적격자(숏리스트)를 확정하고,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시간표를 짰지만, 인수 후보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포트폴리오에 생보사를 강화해야 하는 우리금융지주·KB금융지주 등이 후보로 거론됐지만 ‘매력을 못 느낀다’는 쪽이다. 일각에선 중국계 자본의 참여도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입질’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저금리와 회계제도 변화 등 생보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영향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앞서 세 차례 매각에 나섰을 때보다는 KDB생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등 각종 지표가 좋아졌지만, 인수 후보들은 ‘덩치’ 면에서 더 큰 생보사를 원하고 있다”며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대우건설 “2년 후 매각”
산은-금호, '10년 악연' 끊는다
대우건설은 산은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이관된 상태다. 지난해 2월 호반건설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해외 우발채무로 무산된 만큼, 매각을 서두르기보다는 기업가치를 높여 자연스럽게 매수자가 나타나도록 할 방침이다. 이 회장도 지난달 국감에서 “2년 정도 지나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 가치를 높여 팔겠다”고 말했다. 이전 매각 시도 당시 잠재적 매수자를 다 접촉했던 만큼 단기에 재매각이 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에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실무진 등 직원을 보내 조직 내부로부터 대우건설의 체질을 먼저 개선할 방침이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우건설의 핵심 역량을 중심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부분,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살필 것”이라며 “잘하는 것 위주로 정리해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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