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암 투병 김철민 "대학로서 30년 버텼다…최선 다할 것"

머니투데이 구단비 인턴 2019.11.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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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충제' 치료법 시도 중…"선택의 여지 없어, 부작용 말해도 안 먹는 게 바보인 상황"

[일문일답]암 투병 김철민 "대학로서 30년 버텼다…최선 다할 것"


폐암 말기 투병 중 '구충제'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는 개그맨 김철민이 복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근황을 전했다.

김철민은 12일 오전 머니투데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주 목요일(14일)에 펜벤다졸 복용 6주 차를 맞는다"며 "효과를 보기 위해선 최소한 3개월 이상 먹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폐암 말기로 온몸과 뼈까지 전이돼 병원에서는 수술도 어려우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항암치료 및 방사선치료를 열일곱 차례 받았으며, 치료와 펜벤다졸 복용을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민은 이날 페이스북에 '기적이 온 것 같다'는 글을 올려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목소리 컨디션도 좋고 노래도 잘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암은 모르는 것 정말 무섭다"고 호소했다. 이어 내달 3일 뼈 사진 촬영과 각종 검사를 진행하면 정확한 차도를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철민과의 일문일답.

-최근 올린 근황 사진에는 얼굴 살도 붙고 안색도 좋아진 것 같다.
▶자기보다 더 안색이 좋아졌다고 하는 댓글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좋아졌다. 목소리 컨디션도 좋고 노래도 잘 나온다. 내일(13일) 생방송 촬영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아직 공식적인 결과도 없다.



-목소리도 좋은 것 같은데…
▶이렇게 웃으며 통화하지만 암은 모르는 것, 정말 무섭다. 밤이 돼 악화되면 미치도록 아픈 통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루 두 번 기도하는데 아침엔 '눈 뜨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저녁엔 '고통 없이 자게 해달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물 구충제인 '펜벤다졸' 복용 이후 변화가 없었던 것이냐.
▶아직은 병원에 가서 폐나 뼈 사진을 찍어봐야 하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 14일에 복용 6주 차인데 효과를 보기 위해선 최소한 3개월 이상 먹어봐야 한다. 복용 두 달 차인 내달 3일 뼈 사진, 혈액 검사 등을 진행하기로 해 그때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좋아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했는데, 펜벤다졸 복용 전에는 어땠나.
▶목소리가 안 좋았고 힘들었다. 흔히들 맥아리가 없다고 하지 않나. 노래 부르다가도 잘 안 됐다. 노래 부르는 건 분명 좋아졌다. 하지만 펜벤다졸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펜벤다졸 세 가지 모두 몸에 잘 받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대답이 조심스러운 것 같다, 오늘 올린 '기적이 온 것 같다'는 글이 두루뭉술했던 이유인가.
▶매우 조심스럽다. 이전에 글을 두 번 올렸다 내렸던 적이 있다. 한 번은 펜벤다졸 복용 모험을 시작한다는 글이었고 한 번은 피검사 결과 정상이라는 글이었다.
피검사 결과 정상이라는 글은 공교롭게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발표와 겹쳤다. 당시 펜벤다졸 복용 3주 차였는데 (식약처의 부작용 경고와 달리)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 통증도 반으로 줄었었다. 하지만 펜벤다졸 때문만은 아니고 항암치료와 방사능치료를 잘 받아서 세 가지가 모두 합쳐진 결과 같다.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오늘 좋아졌다는 암시를 담은 글을 올린 이유가 있을 것 같다.
▶나를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품는 분들이 있어서 올렸다.

-많은 이들이 응원해주고 있고 있다. 실감하나.
▶지난 7월 쓰러지기 전까지도 대학로에서 기타 메고 노래를 부르며 공연했다. 거리 공연 30년이 내 재산이었다는 걸 몰랐다. 내가 방송에 나온 인기 유행어를 만든 개그맨도 아니고 음반이 성공한 가수도 아닌데 알려진 것도 없는 무명에 가까운 사람이지 않나. 대학로에서 열심히 했더니 사람들이 격려도 많이 보내주시는 것 같다.

-과거 대학로에서 소통했다면 이젠 페이스북이 소통의 장소가 된 것은 아닌가.
▶맞다. 정말 감사하다. 대학로는 나의 꿈 두 가지를 이뤄지게 만들었다. 하나는 1980년대부터 대학로 공연을 했는데 1994년도에 MBC 공채개그맨으로 다섯 번 떨어지고 여섯 번 시도 끝에 붙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해 '괜찮아' 싱글 앨범 발매를 한 것이다. 내년 봄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는 게 내 목표이자 꿈이다.

-응원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에서 공감하는 사람도 많겠다.
▶환자 본인도 있지만 부모님이나 친척 중 아픈 경우 많이 연락해온다. 글을 좀 많이 올려달라고 부탁하는데 올려서 좋은 것도 있지만 안 좋은 것도 있다.

-어떤 점이 안 좋다는 것이냐.
▶앞서 혈액검사가 정상으로 나왔다는 글을 올렸다 내렸던 이유이기도 한데, SNS에 글을 올리면 기사로 나오더라. 기사가 퍼지며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도 하고, 인기스타도 아닌 내가 뭐라고…무서워지더라. 펜벤다졸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현상도 있다. 가격이 뛰고, 많이 못 들어오게 하고, 구매를 막아두고, 감시하는 등 나로 인해 피해 보는 경우가 있어서 조심스럽다. 또 타 매체에서 김철민과 식약처의 대결 식으로 보도하기도 해 난처했다.

-그래도 본인의 글을 보고 펜벤다졸 복용을 결심했다거나 희망을 얻는다는 반응이 더 많을 것 같다.
▶솔직히 펜벤다졸을 구매해 복용 안 하는 사람이 80~90%에 달할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요양원에도 암환자 200여명이 모여 사는데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경우도 많다.

-본인만 바라본다는 것이 무슨 뜻이냐.
▶"저 사람이 빨리 약을 먹고 살아야 나도 먹는데, 식약처에서는 먹지 말라고 경고하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식약처에서 안 좋다고 말하지 않았나. 암 1·2기는 안 먹는다. 하지만 나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얼마 없으니 이런 저런 게 중요하지 않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길어봤자 1년일 텐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무리 부작용을 말해도 안 먹는 것이 바보인 상황이다.

-부작용 외에도 펜벤다졸 복용이 암 치료 효과가 없다는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펜벤다졸 복용으로 암 치료에 성공한 사례들을 많이 찾아봤다. 설사 가짜뉴스라고 할지언정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나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고통에 사는 암환자들은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 결론은 '펜벤다졸 복용이 암 치료에 효과적이다'는 이야기가 가짜뉴스일지도 모르지만 희망을 갖고 먹는 것이다. 3개월 후 악화되면 '복용하지 말아라, 내 경우엔 맞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좋아지면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인체 실험하는 거다. 어쩌면 희망이 될 수 있지 않겠나.

-최근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춘 이유는?
▶이런저런 섭외에 응하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수입이 없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있는 요양원 비용과 항암 치료도 비싼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 장기간으로 고려해야 해서 여러 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아내의 맛'도 친한 친구인 박명수가 "형 출연료 많이 줄 테니 출연하라"고 챙겨주더라. 실제로 많이 받았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볼 것이다. 대학로에서 30년 사계절을 버텼는데 뭘 못 하겠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처럼 고통받는 암 투병 환자들이 희망을 갖길 바란다. 내가 꼭 일어나 희망이 되고 싶다. 기자도 건강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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